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합동연설회. 연합뉴스"대통령을 갈아치우고 싶어도 못 갈아치우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심장' 광주광역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4일 "경제도 어려운데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광주 지역 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경선을 맞아 만나본 광주 시민들은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조기 종식을 위한 '한 방'을 못 보여준다는 따끔한 지적도 이어졌다.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흐름은 거스를 수 없지만 '정해진 결과'에 정치권의 답보 상태가 겹쳐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 권리당원 투표율이 20%대로 저조하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재집권' 위해 "이재명에게 힘 모으자" 대세론 유지
이날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지역 경선에선 이 후보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83.61%를 얻으며 압승 기세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86.97%에 달한다. 기존 90% 넘는 득표율에서 주춤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기록적인 득표율로 이 후보가 대세임을 알렸다.
지역 정서에 따라 약간의 변수는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던 김두관 후보는 전북과 광주, 전남을 거치면서 15% 넘는 득표율을 얻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당원은 "김 후보의 정치적 철학이나 스토리가 호남 정서에 잘 맞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가 연설 중 차기 대선 주자들이라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을 언급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즉, 광주에선 "이재명 아니면 대안이 없고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큰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도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형배 의원이 1위를 하며 탈락권에서 누적 5위로 올라섰지만 2위는 '이재명 집권 플랜 본부장'을 자처한 김민석 의원으로 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지지자들은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재집권'에 필요한 요소를 고려하며, 기존에 선두를 달리던 정봉주 원외 후보보다 의회 권력이 있는 원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광주는 '죽비'"…타협 통해 성과 내라는 압박도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광주는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언제나 민주당을 일깨우는 죽비"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장에서 만난 광주시민들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지난 4·10 총선에서 단독으로 175석을 거머쥔 민주당이 서둘러 성과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권 교체를 위해선 민주당이 정권 누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광주에 거주하는 최경진(51)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필요성을 개개인들은 다 느끼지만 불이 안 붙어서 문제"라며 "정치인들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상민(54)씨도 "만약 '김건희 특검'이 이뤄진다면 여권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윤 대통령 스스로 내려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며 "진실을 빨리 밝히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때문에 얼른 마무리 짓고 민생·경제 부분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성과 없는' 공격 태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자들에게 효능감을 주지 못함은 물론 정권에도 타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광주 북을 지역구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이춘자(64)씨는 "정권 교체를 통해 민주화 정신을 보여주고 싶다"며 "정치권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 여당과 타협하는 쪽이 낫다. 수정안을 받고 일단 특검을 시작하면 앞으로 성과가 더 있을 것"이라며 그간 당 지도부가 강조해 온 명분보다는 실리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경선 현장에서 만난 안모(42)씨도 "무조건 민주당 안을 밀어붙이는 건 뻔하고 똑같은 정쟁으로 보일 수 있으니 타협안을 마련하는 게 맞다"며 "더 세게 공세를 펴려고 해도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타개책을 찾아낸 다음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더 발전된 민주당 아니겠느냐"며 현재 국회 상황이 같은 단계에만 계속해서 머물러 있다고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