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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중심 병원' 위해 PA확충" 공언에도…현장은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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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으로 전공의 공백 메워온 전담간호사(PA), 1만 3천 명 달해
"'제도권內 일한다' 느낌 처음 받아봤지만…행위 법적소재 부담 여전"
"자격요건 명시·필수 교육과정 정립 필요" "전문의 등과 유연한 협업 가능해질 것"
"진료지원행위 자체에 대한 법제화인지, 전담간호사직 제도화인지 구분 필요" 지적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외과계 전담(간호사)으로 근무하며, 늘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불안감(이 컸고),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왜 나는 병원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처럼 내 이름을 걸고 일할 수 없을까' 등의 딜레마가 시작됐습니다. 의료법 안에는 업무 지시에 대한 책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에 대해 매일매일 불안감을 안고 일을 했습니다."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14년차 간호사 A씨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법제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해 이 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주관한 이 자리에는 전담간호사를 비롯한 다수의 현장 간호사가 참석했다.
 
전담간호사는 주로 전공의 비중이 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일부 의사 업무를 대리해온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말한다. 현장에선 이들이 없이는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단 얘기가 나올 정도지만 언론의 대대적 조명을 받았던 계기는 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에 의해 입법이 좌초된 '간호법 대란'이었다. '유령 간호사'란 별명을 지닌 이들은 대개 PA로 불려 왔으나, 당사자들은 '전담간호사'란 명칭을 선호한다.
 
A씨는 "늘 저를 짓누르는 질문이 2가지 있었다"며 △'나는 이 일을 해도 되는 자격이 있나'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환자 등은) 어쩌지'를 들었다. 표준화된 형식과 절차를 갖춘 교육의 부재는 많은 간호사들이 '타의'로 전담간호사직에 투입되고도 만에 하나 스스로의 진료지원행위가 환자에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게 만들었다고도 전했다.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법제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대한간호협회 제공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법제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대한간호협회 제공
앞서 정부는 올 2월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전공의 90% 이상이 이탈하자, 대체인력으로서의 PA 간호사를 양지로 소환했다. 그간 이들이 관련법령이 없는 상태에서 '사법리스크'를 감수해온 점을 감안해 전공의 업무와 일부 중첩되는 진료지원행위 약 100개를 간호사 자격별로 구분(일반간호사-전담간호사(PA)-전문간호사)한 뒤 간호사 업무범위를 확대한 시범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병원별 PA 간호사 확충 등에 대한 지원에도 나섰다. 간협이 올 6월 19일~7월 8일 해당 시범사업 대상인 의료기관 387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응답한 303곳 중 사업에 참여 중이라고 답한 병원은 절반 정도인 151곳이었다. 이 곳들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전담 중인 간호사는 총 1만 3502명으로, 전문간호사 523명을 제외한 96%(1만 2979명)가 전담간호사(PA)였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임용대상 전공의 수(1만 3531명)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사직처리된 인원(7600여 명)을 충원하겠다고 내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은 고작 약 1.4%(모집인원 7645명 중 104명 지원)다. "추가대책은 없다"던 정부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달 중 추가모집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전망은 어둡다. 빅5 등 주요 수련병원은 당장 내년까지 전공의 부재를 '상수'로 보고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그만큼 정부가 전문의와 함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핵심으로 내세운 PA 간호사의 무게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는 이르면 9월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을 개선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인데, "전문의와 PA 간호사, 여러 의료기관의 인력이 협업하는 형식"으로의 혁신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기준 PA 간호사 중 병원에서 30일 이상 근무해온 인력에겐 10만원에서 최대 40만원까지 별도 수당도 지급할 계획이다. 한시 유지 중인 비상진료의 한 축인 PA 간호사를 격려하기 위한 일시금 성격의 수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건의료 재난위기경보 심각 단계 시' 등의 전제가 붙는 시범사업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여야가 모두 발의한 간호법안이 PA 간호사 제도화 내용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 사업은 병원장 재량에 맡겨진 부분이 크다 보니, 정부가 권고하는 요건(임상경력 3년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신규 또는 1년차 간호사가 그대로 PA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제가 현장에서 전담간호사(PA)로 일하며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격 요건에 대한 세부사항과 필수 교육과정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는 간호사 관련법(간호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주먹구구식으로, 아니면 그냥 '경력이 되니까' 정규교육 하나 없이 선정되어 선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는 게 전부였고, 체계적 교육 없이 대부분의 업무를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시범사업으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도 내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아봤다. 그러나 여전히 제가 수행한 의료행위의 책임소재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황선영 한양대 간호대학 교수(대한간호협회 전담간호사 제도마련TF 공동위원장)는 "지금 (정부의) 시범사업은 한시적"이라며 "(전담간호사) 업무 및 교육과정에 대한 법제화를 포함한 법적 보호체계를 마련해주신다면 현장의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저희가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황선영 한양대 간호대학 교수(대한간호협회 전담간호사 제도마련TF 공동위원장)는 "지금 (정부의) 시범사업은 한시적"이라며 "(전담간호사) 업무 및 교육과정에 대한 법제화를 포함한 법적 보호체계를 마련해주신다면 현장의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저희가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한 종합병원에서 전담간호사팀을 운영 중인 진료지원실 수간호사 B씨도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 종합병원에서 전문의 1명이 환자를 상대로 그 많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올 수 있었던 것은 저희 같은 전담간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정형외과 분야 전담간호사로 일했던 B씨는 "주위 전문의들 중에는 전공의 시절 바쁜 업무에 환자 상태에 즉각 대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련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며 "전담간호사를 두고 있는 과가 부러웠다고 하기도 하더라"고 부연했다.
 
간호법 제정으로 전담간호사의 진료지원이 합법화되면 직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보상체계 개편을 통한 PA 업무 수가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B씨는 "저희는 자부심을 갖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고 환자에게도 양질의 전담간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의 및 전공의와의 '유연한 협업'도 가능해질 거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선영 한양대 간호대 교수(간협 전담간호사 제도마련TF 공동위원장)는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이 정말 높은데, 정부에선 계속적으로 간호대 (신입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인원만 늘린다고 되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간호법 제정으로 전담간호사가 (하나의 직역으로) 잘 자리매김하고 전문간호사 등을 포함한 여러 경우의 수를 잘 제도화한다면, 간호사의 직업적 발전, 경력 개발을 통한 간호전문성도 향상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담간호사(PA) 역할의 법제화에는 찬성하면서도 틈새의 '디테일'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PA 외 일반간호사도 진료지원행위를 감당해온 만큼 그 행위 자체를 법제화할 것인지, 전담간호사란 별도의 직역을 신설해 제도화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당일 토론에서 관련 입법을 위해선 △구별되는 자격요건 △업무범위에 대한 정의 △직업적 책임소재에 대한 안정성 등이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료행위 주체에 대한 명시와 함께 인증면허의 제도화, 전문학회 등과의 협업을 통한 (교육 등) 전문화 등을 담아 좀 더 법안이 신중하게 다듬어져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한간호협회 제공대한간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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