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 대표가 전날 임명직 당직자들을 상대로 일괄 사의 표명을 요구한 데 대해 응한 것이다. 다만 그는 "당헌상으로 당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권한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서 선출된 후임 정책위의장께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잘 이끄셔서 2년 후 있을 지방선거, 3년 후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후임 정책위의장에게 당부하는 발언을 통해 한 대표가 아닌 추 원내대표와 잘 이끌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그는 당헌상 3조의 '당 기구'와 4조 '원내기구' 등을 분리해 정책위의장 직은 4조에 속한다며, 한 대표에게 면직권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원내대표와 의견 교환을 거쳐 사퇴 결심을 했다"고 말하면서 강조한 '2년 후 지방선거' 역시 한 대표가 사퇴한 뒤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는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서 함께 의원총회에서 선출이 되다가 여러 사정을 감안해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해 의총의 추인을 받아서 임명된다고 돼 있다. 그리고 임기를 1년으로 규정해놨다"며 "우리 당헌상 임기가 규정돼 있는 보직은 당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이 네 보직이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두고 우리 의원님들께서도 계속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당헌과 배치되는 주장에 따라 물러나선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많이 고민 했다"고 전했다.
정 정책위의장이 사임하며, 한 대표의 면직권을 겨냥함에 따라 후임 인선이 다시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친한(친한동훈)계'로 교체해야 지도부 과반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당직 교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와 반대로 친윤(친윤석열)계에선 당헌·당규를 근거로 정 정책위의장 유임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한 대표는 정 정책위의장이 사임하기 직전까지도 "인선은 당 대표 권한"이라면서 "우리 당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그의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당내에선 정 정책위의장의 사의 표명으로 계파갈등이 일단락됐다는 시각과 후임 인선 과정이 문제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정책위의장의 경우 당대표가 임명할 수 있지만 원내대표와 협의해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에 정책위의장 후보 추천에 대한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제가 알아서 당헌·당규에 따라 잘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