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제공'디폴트 선언' 직전의 충남대병원이 올해 5월까지 36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자본금은 이미 잠식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미래 채무인 '건보 급여 선지급'에만 그치고 있다.
31일 대전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충남대병원 조강희 병원장은 전날 내부 공지글을 통해 악성 채무에 시달리는 병원 재무 위기와 경영난을 또 다시 공개했다. 지난 5월의 첫 공지글 및 이달 중순 보도자료에 이어 벌써 3번째 벼랑끝 재정위기의 '고백'이자 정부 차원의 긴급 재정 지원을 강력히 요청한 셈이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공식 선언만 미뤘을 뿐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과 다름 없다고 보고 있다.
조 원장이 밝힌 올해 충남대병원의 재무상황은 최악이다. 전공의 사직 여파가 겹친 올해 1월~5월 기간에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본원은 148억원 적자, 세종충남대병원은 220억원 적자다. 올해 상반기 차입금 500억원도 이미 모두 소진됐다.
하루 4억원씩 월 100억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는 만큼 7월까지의 누적적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해 충남대병원은 회계 상 자본 잠식상태이다. 전년도 기준 본원인 충남대병원은 자본총계가 971억원, 자본금이 991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 상태, 분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자본총계가 –1214억원, 자본금이 858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241%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보통의 주식회사라면 생존 가능성이 없고 사실상 파산만 앞두고 있다고 본다. 상장기업이라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뒤 상장폐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충남대병원의 재정위기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분원 개원의 차입금 상환 압박이라는 구조적 위기에다가 전공의 부재로 인한 수익감소 등 의정갈등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충남대병원은 정부 세종청사가 있는 세종지역의 지역 필수 의료를 위해서 무리한 병원 시설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건립 총 사업비 3617억원 중 988억원(27%)만 국고 지원을 받고 나머지 2629억원(73%)은 금융기관을 통해 차입했다는 것.
이러한 차입금은 코로나 19 및 금리 상승기에 적자 누적까지 겹치면서 충남대병원의 재무관리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악성 부채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차입금을 상환해온 충남대병원 본원마저 전공의 부재 사태로 하루 4억원, 월 1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진퇴양난의 벼랑 끝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조 원장은 이와 관련 "올해만 1천억원의 자금 부족이 추정되며, 본·분원 운영비 및 올해 하반기 세종병원 건립 장기차입금 원리금 상환을 위해 추가로 500억원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공지했다.
당초 8월 임금 및 약재비 등 필수 비용 지출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주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 8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8월 직원 급여 등은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은행의 추가대출이 필요하지만 은행측도 정부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 원장 등 경영진은 교육부, 복지부 등은 물론 대전시와 세종시 등 인근 자치단체를 찾아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원장은 이날 공지글을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경영진은 정부·지자체·국회의원 등 관계 기관에 다방면으로 지원을 요청해 왔고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자구 노력을 경주해 왔다"며 "앞으로도 병원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