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 작가. 아르떼케이 제공 김지선(38), 이미솔(32) 작가 2인전 '자유진행리듬'(Rythme des sentiments aux émotions)이 서울 강남구 언주로 아르떼케이에서 열리고 있다. 일상의 순간을 저마다의 리듬과 시각으로 담아낸 평면 작품 67점(김지선 15점·이미솔 52점)을 전시한다.
우리는 같은 시공간 안에 있더라도 각기 다른 시선과 감정, 리듬으로 호흡하며 살아간다. 전시 제목 '자유진행리듬'은 외부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주기와 리듬으로 진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김지선 작가의 작업은 우연히 떠오르거나 의도적으로 떠올린 하나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김 작가는 이 기억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또 다른 기억이 혼재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 잔상처럼 남은 순간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테라핀, 콜드 왁스, 오일 스틱 등 여러 물성을 가진 재료를 사용한다. 또 붓질의 속도를 변주해 기억의 속도를 표현하고 혼재한 기억의 파편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가시화한다.
'Humming-ing'(2024)이 대표적이다. 손끝을 스치는 바람, 그 바람에 동요하는 나뭇잎, 부유하는 풀벌레 소리 등 오감으로 기억된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이 작품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각들이 뒤엉키며 환희의 장을 이룬다.
김 작가는 "특정한 기억에서 시작한 작업들이 각자의 시공간을 초월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면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미솔 작가. 아르떼케이 제공 이미솔 작가는 숲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날마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자연을 관찰하면서 그는 자연 그 자체보다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는 힘과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꼈다.
'이파리의 춤 여름'(2024)은 저마다의 움직임으로 분주한 생명체의 운동들로 구성된 연녹빛 무보(dance notation)다.
캔버스 한 칸마다 그날 숲 속에서 마주한 잎을 그려 넣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칸이 모여 만든 숲을 보여주는 작업 방식이 수채를 사용하고 색을 중첩할 때 발생하는 우연적 효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붓질이 즉흥적이며 유연해졌고, 많은 칸을 여러 날로 채우기보다는 오늘 본 것을 집중적으로 그리게 됐다.
아르떼케이 측은 "김지선의 리듬은 기억의 형상에 기반한 열린 작업, 이미솔의 리듬은 매일매일의 질서정연한 미적 노동의 결과물"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이 자신만의 자유진행리듬을 감각하는 순간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미솔 작가의 '이파리의 춤 여름'(2024) 아르떼케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