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용산 대통령실 개입 가능성이 언급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입장 요구가 빗발쳤다.
특히 외압 주체로 지목된 고위 경찰은 징계를 피하고, 외압을 당했다고 주장한 수사 경찰은 좌천되면서 그 배경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집중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주요 외압 주체로 거론된 조병노 경무관에 대해 '경찰청장이 되면 인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관 마약 수사' 경찰 "서장이 용산 언급"…청문회 가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의 마약 밀수를 도운 혐의로 인천 세관 직원들을 수사하던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앞두고 고위 경찰 등으로부터 '관세청 관련 부분을 브리핑 보도자료에서 빼라'는 취지로 외압을 받았다고 고발하며 불거진 의혹이다.
이런 주장을 한 전(前)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은 29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관인 서장으로부터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직접 밝혔다. 대통령실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구체적으로 백 경정은 언론 브리핑을 앞둔 작년 9월 20일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인 김모 총경으로부터 "이 사건을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며,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이 같은 김 총경의 말을 듣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5일엔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이 전화를 걸어와 외압성 발언을 했다는 설명도 했다.
이런 증언은 CBS노컷뉴스 보도로 처음 알려진 백 경정의 관련 고발 내용과도 대부분 일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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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에게 '용산'을 언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 총경은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김 총경은) 올해 초 대통령실로 파견됐다"며 백 경정에게 "(김 총경이) 용산을 언급한 것과 대통령실로 간 게 연관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백 경정은 "연관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김 총경은 '용산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앞서 반박했다.
'수사외압 의혹' 경무관 징계 피해…조지호 "인사 조치 검토"
이번 인사청문회에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조병노 경무관도 '외압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나 여당에서도 조 경무관이 일선서 수사팀장인 백 경정에게 전화한 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경무관은 당시 백 경정에게 전화한 경위와 관련해 "인천공항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서 언론 브리핑 내용 중에 세관 언급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개인적 인연을 가지고 계급이 낮은 사람한테 전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경무관은 "(경찰 언론 브리핑 관련) 업무 협조가 들어왔을 때 홍보라든지 소관 기능에 전달 조치했어야 했는데 직접 전화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외압은 아니었다"며 "당시 형사과장(백 경정)도 서울청과 협의를 완료했다. 세관 관련은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기자가 브리핑 과정에서 물어보면 언급할 수밖에 없다고 상세히 저한테 설명해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 경정은 "당연히 외압이라고 생각했다"고 맞섰다.
조 경무관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최근 '불문 처분'을 받으며 징계를 피해 갔다. 이후 백 경정으로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조 경무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해 8월 9일 한 통화에서 '승진에 관여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주목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례적으로 징계를 피한 조 경무관을 놓고 야당에선 "권력으로부터 비호 받은 것 아니냐", "(불문 처분) 경위를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조지호 후보자는 "경찰청장이 되면 조 경무관에 대해 인사 조치하겠느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질의에 대해 "검토하겠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압 당했다"는 수사팀장은 '좌천·경고'…적절성 도마
조 경무관 등과 달리 백 경정은 최근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됐고, 서울청장인 조지호 후보자로부터 지난 19일 경고 조치까지 통지 받았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이처럼 대비되는 조치가 적절한 것이냐는 취지의 질의도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백 경정 인사와 경고 조치에 대해 "좌천성 인사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세관 마약 의혹은) 국민적 관심 사건이어서 서울청 집중 수사 지휘 사건으로 분류됐다. 관련된 내용을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 백 과장은 보고 없이 몇 차례 공보규칙을 위반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백 경정이 수 차례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았는데, 그가 고검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회부하는 불복 절차를 밟지 않고 서울남부지검으로 해당 검사에 대한 직무 배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부분도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좌천성 인사를 하려면 최소한 백 경정에게 당시 받았던 압력이 뭔지 물어봐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제가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백 경정에 대해서 감찰 기능에서 사실 확인을 했다"며 "그 내용을 기초로 경고하고 인사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2014년과 2015년 배우자가 위장 전입을 한 기록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의 지적에 "잘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아울러 경찰청 혁신기획조정담당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장남의 미국 퍼듀대 졸업식에 맞춰 공무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선 "마침 큰 아이의 졸업식이 있어서 휴식 시간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일요일에 혼자 다녀온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