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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관마약' 삭제 종용…관세청·경찰 수뇌부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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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②]

'세관마약 수사 ' 브리핑 앞두고
서울경찰청 '보도자료 수정' 요구
거부했지만 '사건 이관' 언급에 수용
그날 조 경무관 전화 "야당 도울 일"
다음날 '수사 대상' 세관 수뇌부가 찾아와
'언급 말아달라' 요청하며 압박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등장…'용산, 심각하다'
②[단독]'세관마약' 삭제 종용…관세청·경찰 수뇌부 전방위 압박
③[단독]세관마약 수사팀이 버티자…서울청 지휘부 "사건 넘겨라" 지시

지난해 경찰이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마약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세관 직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세관과 경찰 수뇌부의 전방위 압박이 수사팀에 가해진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세관 고위 간부들까지 역할을 나눠 수사 관계자를 접촉해 '언론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삭제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사를 받는 기관 간부들까지 나서 일선 수사팀을 찾아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당시 경찰과 세관이 동시다발로 움직인 전후 경위와 배경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마약 밀반입' 수사 결과 브리핑을 닷새 앞둔 지난해 10월 5일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 수정을 요구받았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관세청 관련 내용을 빼라'고 요구했고, 이후 세관 직원이 수사 대상임을 추정할 만한 민감한 문구가 모두 삭제됐다고 한다.

수사팀을 이끌던 영등포서 형사과장 백모 경정은 처음에는 이런 지시를 거절했지만,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A총경으로부터 '지휘부가 이 사건을 마약수사대로 이관하려고 하는 것을 (내가) 막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겁박처럼 느껴 결국 지시를 수용했다는 게 백 경정의 주장이다.

백 경정은 그날 영등포서 사무실로 돌아온 직후 오후 5시 15분쯤 서울경찰청 조모 경무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 경찰도 관세청도 정부 기관인데 경찰이 관세청을 수사하면 기관끼리 싸우는 것으로 비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또 조 경무관이 언론 브리핑 이틀 뒤 예정된 관세청 국정감사를 거론하며 '국감 때 야당이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조 경무관은 당시 마약 수사 업무와 무관한 보직이었다.

백 경정에게 청탁성 전화를 한 조 경무관은 행정고시(39회) 출신으로 경찰 입직 전 6년가량 관세청에서 근무했다. 이런 조 경무관에게 협조 요청을 전달한 세관 측 인물은 김모 당시 인천공항세관장으로 밝혀졌다. 김 전 인천공항세관장은 행정고시 37회 출신으로 조 경무관과 1~2년 정도 관세청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로 확인됐다. <[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경찰 간부, 관세청 출신이었다>

백 경정이 최근 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마약 밀반입 사건에서 '수사 대상'이던 세관의 수뇌부가 외려 경찰 수사 지휘라인을 조직적으로 접촉해 외압을 가한 정황으로 보이는 대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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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경무관의 전화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6일, 세관 고위 간부가 직접 백 경정을 찾아왔다는 내용이다. 인천세관 소속 B국장 등 직원 4~5명이 면담을 요청하며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했고, 세관 간부들은 '찾아와 죄송하다. 관세청장 지시로 (인천) 세관장은 서울경찰청장을 만나러 갔고, 자신은 영등포 형사과장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고발장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5분가량 이뤄진 세관 간부와 수사팀 면담에서 백 경정은 '기자들이 마약 밀반입 과정을 물어보면, 세관 구역 통과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은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세관 측이 '세관에 대해 언급을 안할 수는 없나'라고 재차 물어 '수사 책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뒤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면담 직후 이뤄진 통화에서는 B국장이 인천공항본부세관장의 지시라며 재차 백 경정의 브리핑에 세관 내용이 포함되는지를 물었고, 백 경정은 '(기자들이) 질문하면 세관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B국장과의 통화 후 약 10분 뒤에는 국가수사본부 C계장이 백 경정에게 전화해 브리핑 연기 여부를 확인했고, 1시간여 뒤에는 서울청 D계장이 영등포서를 직접 찾아왔다. 그리고 '사건 이첩' 지시를 통보하면서 영등포서 수사팀은 관련 수사를 한동안 중단했다. <[단독]'세관마약' 수사팀이 버티자…서울청 지휘부 "사건 넘겨라" 압박>

공수처는 브리핑에서 세관 부분이 도려내진 경위와 그 과정에서 경찰 지휘부, 세관 간부들이 수사팀을 압박한 정황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의심을 갖고 사안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24일 백 경정을 불러 약 10시간에 걸쳐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고발인 조사에서도 공수처는 백 경정의 고발 내용을 일일이 거론하며 수사 외압 의혹 상황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말미에는 이대환 수사4부장이 직접 들어와 의문점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한편, 조 경무관은 CBS노컷뉴스에 "지난해 10월 5일 인천공항세관장으로부터 언론브리핑 내용 중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받았다. 그 이후 백 경정과 짧게 통화를 했다"며 "관세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점 등을 말하자 백 경정은 '브리핑에 세관 언급을 하지 않을 예정이고 기자가 질의할 경우 언급할 수는 있다'고 상세히 설명해 줬다"고 해명했다.

반면 백 경정을 만난 B국장과 조 경무관에게 청탁성 전화를 한 것으로 지목된 김 전 인천공항세관장 등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별다른 입장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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