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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와 방심위는 왜 '완전체' 구성이 안 되는 걸까?[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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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CBS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6기 방심위 구성도 안 된 상태에서 류희림 위원장 선출
5기 위원 2명이 6기 위원장 선출에 참여한 것도 절차적 문제
1기~5기 위원회, 9명 위원 전부 위촉된 뒤 위원장 호선
방통위·방심위 구성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송장악' 논란만 가중


[박지환 앵커] 지난 2021년 출범한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막을 내리고, 6기 방심위가 구성이 완료되기도 전에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연임됐습니다.

법에는 방심위원 9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호선하도록 돼 있지만, 대통령이 위촉한 3명의 위원들이 잔여 임기가 13일 남은 5기 위원 2명과 함께 밀실에서 류희림 위원장을 선출했습니다.

연임 절차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데, 자세한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임기가 그제(22일) 끝났는데 다시 위원장으로 선출된 건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위촉한 정연주 방심위원장의 잔여 임기 10개월 정도를 수행했습니다. 5기 위원의 임기가 7월 22일로 끝난 겁니다.

류 위원장은 퇴임식 없이 임기 마지막 날 휴가를 갔습니다.

그러더니 다음날인 어제(23일), 윤석열 대통령이 류희림 위원장을 다시 방심위원으로 위촉했습니다. 대통령 추천이 3명인데 류희림 전 위원장과 검사장 출신으로 제주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전력이 있는 강경필 변호사, KBS PD 재직시절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 3부작을 제작한 이력이 있는 김정수 국민대 교수를 위원으로 위촉한 겁니다.

이 3명의 위원과 5기 방심위원 중 임기가 13일 남은 여당 추천 위원 2명, 이렇게 5명으로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 채 전체회의를 열어 류희림 위원장을 선출했습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황진환 기자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황진환 기자
회의 직후 방심위를 항의방문한 최민희 의원과 류희림 위원장의 말 들어보시지요.

최민희 "아니 무슨 일을 하셨는지만 얘기하세요"
류희림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서…"
최민희 "누가 됐어요?"
류희림 "제가 됐습니다"
최민희 "그렇게 급하셨어요?"
류희림 "아니요"
최민희 "근데 왜 문은 걸어 잠그셨어요?"
류희림 "아니 외부에서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방심위 노조 "누가 방해해? 누가 방해를 해요? 아니 뭐가 그렇게 겁이 납니까?"

[앵커] 방송통신심의위원은 9명으로 구성되지 않나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방통심의위는 별도의 법률이 없고, 방통위 설치법에 규정돼 있는데, '심의원위원회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방통심의위원은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3명, 국회 과방위에서 3명을 추천하는데, 통상 여 6명, 야 3명으로 구성돼 왔습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이, 상임위원은 국회의장이 추천한 야당 추천 위원이 맡아왔습니다.

[앵커] 그러면 6기 방심위원 9명이 위촉되기도 전에 위원장이 선출된 건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법률에는 분명하게 '방심위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장 추천 몫과 국회 과방위 추천 몫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출된 겁니다.

그리고 대통령 추천 위원 3인이 위촉된 당일 전체회의를 연 것도 내부 규칙을 어긴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는 전체회의의 경우, 회의개최 2일 전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류 위원장은 선출된 뒤 인사말에서 "방심위 심의 활동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활동인 만큼, 하루라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임기가 만료됐거나 앞으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위원들의 후임을 국회가 관련법에 따라 신속하게 추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뒷북 발언을 했습니다.

[앵커] 이전 방심위원회에서 이런 전례가 있었나요?

[대기자] 없습니다. 방통심의위는 2008년 출범했는데요. 1기부터 5기까지 제때에 위원회가 구성된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9명의 위원 추천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았고, 또 대통령이 위촉하는 과정에서도 변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기는 출범이 예정보다 2개월 정도 늦었고, 4기와 5기는 6개월 이상 위원회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서 출범이 늦어졌습니다.

법률에 '위원회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돼 있어서 9인의 위원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위원장을 선출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런데 5기 위원이 6기 위원장 선출에 참여해도 되는 건가요?

[대기자] 이상한 건 분명합니다. 앞으로 논란이 일겠지만,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여서 법률상 구체적인 조항이 없습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셈입니다. 방심위원으로 활동했던 정민영 변호사는 "적절하지 않지만, 법률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방통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이어서 탄핵소추가 가능합니다만, 방심위원장은 법률을 위반하더라도 탄핵소추 규정이 없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의 경우 '청부 심의' 논란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고발돼 있지만 대통령이 해촉하지 않는 한 법률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방심위의 상임위원 3인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하고,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방통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방심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능하도록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류희림 위원장은 '청부 심의' 문제로 이미 고발돼 있잖아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임명 후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청부 심의' 논란으로 고발됐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도 고발된 상태입니다.

방심위 노조가 성명을 냈는데, 제목이 "류희림 연임이라니,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가?" 입니다.

방심위 노조는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알고 있었을까? 류씨가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가짜 민원을 넣고 셀프 심의했다는 수많은 증거들을, 방심위 직원들 96.8%가 류씨의 직무수행 능력을 '미흡' 또는 '매우 미흡'으로 평가했다는 처참한 성적표를, 6개월 넘게 류씨의 퇴진을 요구하며 매일 1인 시위를 해온 방심위 직원들의 참담한 마음을, 류씨가 무리하게 벌여온 표적심의, 편파심의, 정치심의, 과잉심의, 입틀막 심의들이 법원에서 줄줄이 집행정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윤석열 대통령은 류희림 방심위원 위촉장에 서명을 했을까?"라고 묻고 있습니다.

[앵커] 위에 언급한 방심위 말고, 방송통신위원회는 5인 체제인데 여기도 아직 구성이 완료되지 않고 있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통위가 5인 체제로 제대로 운영된 적이 없습니다.

방통위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구로서 법에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통령이 2명을 추천하고 국회가 3명을 추천하는데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으로 여야 3:2 구조가 되는 겁니다.

2023년 8월 말 국회 추천 방통위원 3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방통위는 2인 체제로 운영돼 왔습니다.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국회에서 추천을 하지 않는 건가요?

[대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2023년 3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서 야당 몫의 방통위원 후보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으면서, 최 의원이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서 추천을 했는데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자 더 이상 후보 추천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방통위원장 후보로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여당 몫 방통위원 후보로 추천했지만, 민주당은 후임자 추천을 하지 않은 채 이 전 사장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거부하면서 후보 추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방통위원이 되지 못한 최민희 의원은 22대 국회 방통위를 관장하는 과방위원장으로 선출됐고, 역시 방통위원이 되지 못한 이진숙 후보는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돼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앵커] 방통위나 방심위나 방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구여서 합의제로 운영하는 것 아닙니까?
왜 위원회 구성이 이뤄지지 않는 겁니까?

[대기자]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2·12와 5·17 두 차례의 쿠데타로 들어선 전두환 정권에서도 합의제 정신은 지켜졌습니다. 방통위 전신 방송위원회는 사실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제 산물이었습니다. 언론기본법에 따라 설치됐으니까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3인씩 추천해 9인으로 구성된 방송위가 1981년 3월 출범했습니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도 합의제 정신을 존중했던 겁니다.

방통위는 여당 3명, 야당 2명의 구조이고, 방심위는 지금까지 여당 6명, 야당 3명의 구조였으니까, 사실 정부여당이 뜻하는 대로 밀어붙이지 못한 일이 없습니다. 토론하고 조율하고 조정하는 시간이 걸렸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예 구성 자체를 외면하고 있고, 이에 맞선 야당은 추천해도 임명하지 않으니 법률로 밀어붙이는 상황입니다.

법원에서도 방통위 2인 체제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방통위법에 여야 추천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을 두도록 한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20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후임 김성근 이사 임명 처분 집행 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1심대로 권 이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 임명 처분은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방통위와 방심위가 방송 장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법에 규정된 위원회가 구성돼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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