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이기대 예술문화공원 국제아트센터 조감도. 부산시 제공 프랑스 유명 미술관 '퐁피두센터' 분관을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이 부산시의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심의 내용과 예상 비용이 모두 비공개 처리돼 '밀실 유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회는 24일 열린 제323회 제4차 본회의에서 부산시가 제출한 '세계적 미술관 분관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부산시의회가 공개한 이 동의안은 곳곳이 의문투성이다.
부산시는 동의안에서 부산에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 분관을 유치해 글로벌 문화·예술·관광 도시로 육성하려 하는데, 이 협약으로 부산시에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니 시의회에 동의를 구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시가 미술관 분관 건립과 운영을 맡고 각종 프로그램 기획이나 작품 대여에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상대 기관은 전시나 교육프로그램 기획, 작품 대여, 브랜드 사용권 및 운영 자문을 한다는 게 협약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부산시와 협약을 맺는 기관명은 'OOOOO'으로 익명 표시했다. 또 부산시 혈세가 얼마나 투입될지를 예상한 비용추계서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소관 상임위인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 22일 해당 동의안을 심의했는데, 이 심의 과정 역시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즉 부산시와 협약을 맺는 '세계적 미술관'이 어딘지, 분관 유치에 드는 대략적인 비용은 얼마인지, 부산시의회에서 이에 대한 어떤 논의가 오고 갔는지 부산시민은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의회가 공개한 부산시의 '세계적 미술관 분관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 상대 기관명을 'OOOOO'으로 표시했다. 박진홍 기자동의안에 익명 처리된 세계적 미술관은 프랑스 유명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센터'다. 세계적 미술관 유치'는 박형준 부산시장 주요 공약으로, 그는 지난 2022년 퐁피두센터 측에 북항 재개발 지역을 분관 부지로 제안하기도 했다. 지금은 남구 이기대공원에 분관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추진하고 있다.
동의안 심의를 상임위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에 대해 부산시의회는 부산시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간략한 설명만 내놨다. 부산시의회 관계자는 "퐁피두센터 쪽에서 기관명 등을 비공개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부산시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해당 심의에 참석한 한 시의원은 "건축비만 1천억원 넘게 들고, 연간 운영비도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처음엔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 기류가 있었다"며 "부산시 측에서 '부산시민도 문화 혜택을 받아야 한다', '퐁피두센터가 분관 낸 나라 중에 실패한 데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해 기류가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시민 혈세가 들어갈 미술관 유치 과정을 시민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부산시의 '밀실 행정'과, 이를 견제하지 않고 동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킨 부산시의회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국가 기밀이나 외교적 결례가 아닌 미술관 유치 과정을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세계적 수준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고 홍보하는 게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예술 작품을 보는 사람은 부산시민인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이는 영화관에 가서 무슨 영화를 얼마 주고 보는지 모른 채, 아무 영화나 보고 나서 10만원 내든 100만원 내든 돈 내라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또 "시민들이 '퐁피두센터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싶으니 유치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부산시가 무슨 근거로 유치에 나섰는지 불명확하고, 과정도 비밀리에 진행하는데 시민의 대표인 부산시의회가 묻고 따지지 않고 부산시에 그대로 끌려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