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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이어 '수사'도 패싱…믿는 도끼 발등 찍힌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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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 조사 원칙 안 지켜져…일선청 보고 못받았다"
이원석 검찰총장, 이창수 지검장 불러 질책…진상파악 지시도
일선 수사팀 강하게 반발…김경목 부부장 검사 사표 제출
지난 5월 '인사 패싱' 때도 이원석 "수사팀 믿는다"고 했는데
결국 김 여사 조사 '패싱' 당해…거취 결단 임박했나

왼쪽부터 이원석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류영주 기자·연합뉴스왼쪽부터 이원석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류영주 기자·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조사를 마친 검찰 내부 파열음이 거세지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전에 관련 보고를 전혀 보고하지 않은 일선 수사팀을 문제 삼은 가운데 담당 수사 검사는 사표까지 제출하며 반발했다. 23일 검찰 안팎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방식을 놓고 그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의 물밑 갈등이 표출됐다는 반응이다.

이 총장은 전날 오전 검찰청사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조사 과정에서 '패싱' 당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일선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모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고개를 숙였지만, 사실상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저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대통령실 경호처가 관리하는 보안청사로 김 여사를 불러 조사했다. 오후 1시 20분부터 이튿날 새벽 1시 30분까지 약 12시간 조사했는데, 이 총장은 관련 보고를 당일 밤 11시 20분쯤 보고를 받았다. 사실상 조사가 끝날 무렵에서야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찰청에 사후 통보하면서,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대통령 부인 조사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류영주 기자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를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찰청에 사후 통보하면서,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대통령 부인 조사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류영주 기자
이 총장은 김 여사 관련 첫 보고를 받은 뒤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오전에도 이 지검장을 불러 조사에 대한 대략적인 경위를 들은 뒤 질책하면서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진상조사에서 절차 위반 등이 발견되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선 수사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형사1부에서 수사를 진행한 김경목(사법연수원 38기) 부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사표를 냈다. 사표 제출과 관련해 "사건을 열심히 수사했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해 회의를 느낀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지검은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의 필요성과 보안, 경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이 총장이 수사지휘권이 없어 보고할 수가 없었고,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대면조사는 조사 직전까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사전에 보고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인사 패싱' 때 예견됐던 '수사 패싱'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왼쪽)와 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왼쪽)와 중앙지검 청사. 연합뉴스
사실 이 총장에 대한 패싱은 지난 5월 '인사 패싱'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 13일 단행된 고검장·검사장 인사에서도 이 총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인사 패싱' 논란이 있었다.

이때 김 여사 수사를 지휘하는 중앙지검장과 차장 검사들이 모두 교체돼 '부실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특히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전 전주지검장)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찐윤'(진짜 친윤)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인사 패싱'으로 논란이 됐을 때도 기자들에게 "어떤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저는 우리 검사들, 수사팀을 믿는다.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지검장 역시 '찐윤'으로 평가 받는 것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주변에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이 총장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총장의 결단만 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에 이어 수사 과정에서도 배제되면서 이 총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사의 표명을 통해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거나 이 지검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총장은 거취에 대해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때 거취에 대해 판단하겠다"며 당분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징계 요구 역시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이 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지만,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거절하면서 사실상 이 지검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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