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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살리는 의료개혁?…지역공공병원은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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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위기" 불안감 안고 있는 공공병원 노동자
업무 가중에 의사 없어, 의사 없으니 인건비↑ '도돌이표'
"야간분만, 의료진 8~10명 필요…민간에서 할 수 없어"
"의대 증원 인력 공공병원에서 일하도록 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생명과 지역을 살리기 위해 오랜 시간 지체된 의료개혁 과제들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역 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지역공공병원은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거점공공병원(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이 경영난, 인력난 등 위기에 닥쳤으나 정부의 의료개혁에 관련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저희 천안의료원 노동자들도 매달 임금체불 위기 속에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보건의료노조 정민경 천안의료원지부장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천안의료원은 지난 6월 임금체불이 불가피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충청남도는 천안의료원 경영진에게 경영개선에 대한 자구책을 만들어 오라고 했지만, 천안의료원을 지원해야 할 만큼 설득력 있는 자구책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정 지부장은 "도대체 '설득력 있는 자구책'이 무엇일까. 사측이 제출한 자구책은 비용 절감을 위한 무급휴직, 자연감축, 희망사직, 권고사직, 해고 등 100여명의 구조조정 계획안이었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공공병원들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의료진 이탈과 진료역량 훼손, 환자 이탈로 회복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며 "천안의료원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병상을 모두 소개하고 일반환자를 전혀 받지 않아 회복이 더 어렵고 더딘 현실임에도 충청남도는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안의료원의 병상 이용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80%였으나, 지난 5월 말 43.7%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 지부장은 "공익 기능 수행으로 발생한 '착한 적자'에 대해 공공병원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인력을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을 강요하는 것은 공공병원의 기능을 훼손하고 공공의료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비인후과 의사 없어, 감기 환자도 오지 못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료원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료원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의료원은 유능한 의사를 구하려 노력하고 의사직 급여가 높아 부담되더라도 지방의료·공공의료를 위해 (의사를 구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보건의료노조 김래형 군산의료원지부장은 지방의료원에 '의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의료원은 순환기내과 의사가 없어서 수술하지 못하게 되고, 이비인후과 의사가 없어서 일반 감기 환자도 오지 못하게 된다"며 "소화기내과 의사가 없어서 내시경을 못하게 됐고, 안과가 없어서 지역 어르신들의 백내장 치료도 못하게 됐고, 소아과의사가 없어 아픈 아이를 돌보지 못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지방의료원에서는 진료과별 의사 수가 적어 낮에는 진료하고 밤에는 당직 '콜'을 받고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모두 담당한다. 이 때문에 업무가 가중돼 이직하는 의사도 많다.

의사는 의사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업무가 가중되니 사직률이 높아지고, 구하기 힘든 의사를 구하기 위해 인건비가 오르니 경영난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공공병원이라고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책임지게 해놓고는 현실은 나 몰라라 각자도생, 의사를 확보하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방의료원이 또 고통의 시기를 겪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지방의료원은 구조적으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익이 적은 필수의료 및 의료 약자에 대한 진료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전남 강진의료원은 24시간 분만사업, 공공산후조리원, 의료취약지 응급의료기관 운영, 가정간호사업, 지역사회 연계 건강증진사업, 찾아가는 건강버스사업 등 공공사업을 운영 중이다. 수익성을 고려하면 민간병원에서 맡을 수 없는 일들이다.

보건의료노조 신경옥 강진의료원 지부장은 "야간분만만 하더라도 의료진이 8~10명이 필요한데 급여를 고려하면 절대 민간병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들을 책임지게 하고, 그 적자를 온전히 의료원이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거점공공병원 대부분이 적정 규모와 인력, 시설,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해 비용 구조가 취약하고, 응급, 분만 등 지역 내 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비용에 비해 수익이 적다"고 짚었다.

'지역의료 강화' 의료개혁?…"공공병원 육성 계획 無"


이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을 살리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선희 부위원장은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의료개혁 내용에 지역거점공공병원 육성 계획은 없다"며 "지방의료원에 의사가 부족하고 인력 이탈로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데 기능을 회복하고 진료역량을 갖추기 위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역의료, 필수의료의 방파제 역할을 해왔던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코로나를 거쳐 존폐 위기에 처한 지금의 현실을 방치하고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지역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 지부장은 "현재의 지역의료, 필수의료 붕괴사태를 막기 위해 의대 증원으로 늘어난 의사 인력이 공공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본부 이서영 사무국장은 "많은 지방 중소병원들이 시장 논리 아래서 폐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 공백이 벌어지는 지역 주민들은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해결해달라고 요구한다"며 "지역의료 붕괴 해결을 위한 대책은 지방의료원을 대폭 지원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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