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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전사 싱하이밍 대사의 귀향…한중 정상급 교류 '모멘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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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외교관이 아니다라는 말은 외교관의 '외교적 수사'가 직설과 얼마나 거리가 먼 지 잘 말해준다. 외교관의 말은 애매하고 모호할수록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우리나라에 4년 반을 머물렀던 싱하이밍 중국 대사는 이 외교적 레토릭(수사)를 한참 벗어난 인물이었다. 중국에 대한 비판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일명 전랑외교, 다른 말로 늑대 전사 외교(wolf warrior diplomacy)의 선봉에 서면서 우리 정부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연합뉴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연합뉴스 
외교적 수사 대신 공격적인 언사로 이빨을 드러냈던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오는 10일 공식 업무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해 여당을 중심으로 그를 '페르소나 논 크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나서 "국민께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평했다. 대통령실은 "중국 측에 숙고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전달했다"며 대사 교체를 압박했다.

싱하이밍 대사를 공식적으로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싱 대사와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싱 대사는 지난 4일 이임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취임 후 처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싱 대사는 약 20년간 남북 관련 업무를 해온 외교 전문가로,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내 인맥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지난 4일 조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앞으로 어디서든 한국에서 느끼게 된 우정을 잘 간직하면서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0분간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그는 "한국 정부나 각계각층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중·한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고 또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도 말했다.

내년 경주서 조우하는 한중정상…싱 대사 교체로 준비?

지난 5월 조태열 외교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5월 조태열 외교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측 인사들과 각을 세웠던 싱 대사가 이임하면서 한중 교류에도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한중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고위급 소통을 재가동했다. 조태열 장관이 외교수장으로는 6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싱하이밍 대사를 교체하는 중국 정부의 '결단'이 찬바람이 불었던 한중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가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자연스럽게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강준영 교수는 싱 대사의 귀임이 한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강 교수는 "싱하이밍 대사는 늑대 전사 외교의 최전선에 있었던 사람으로 베팅 발언 후 정상적인 대사 활동을 못 하고 있었다"며 "만일 APEC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현 대사로는 어렵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싱 대사가 이임하면서 정재호 주중대사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베팅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싱 대사의 접촉을 피하면서 중국 측도 정재호 대사에게 비슷한 조치를 취하며 양국 관계가 냉랭해졌기 때문이다.

정 대사는 부임 초기인 지난 2022년 8월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언급하며 '파티는 끝났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로 중국 측 고위 인사를 만나지 못하고, 주중 대사관 출입 기자들에게 24시간 전 취재 허가제를 추진했다 특파원들의 반발로 철회하는 등 안팎으로 잡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 대사가 중국 정부에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게 없는 만큼 정 대사 교체설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 교수는 "정재호 대사의 갑질 논란은 내부 공관에서 대사 개인의 캐릭터로 인해 생긴 문제"라며 "싱 대사의 베팅 발언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싱 대사의 후임으로는 천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 천사오춘 아주사 부사장(아시아국 부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분간 중국은 팡쿤 중국대사관 공사가 대사대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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