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클린턴 방북과 북핵 협상의 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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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전격 방문해 억류된 여기자 두명을 대동하고 귀국했다.

개인자격이었고,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 만찬을 함께하며 공식 방문에 못지 않은 환대를 받았다. 두 여기자가 석방되는 성과도 거뒀다.

클린턴의 이번 방북은 지난 94년 1차 핵위기에서 이뤄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많이 닮아 있다.

카터는 당시 김일성 주석을 만나 전쟁 위기가 고조되던 긴박한 상황을 협상 국면으로 반전시켜 제네바 핵합의를 끌어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클린턴 이번 방북도 북핵 협상의 돌파구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북한은 클린턴 방북과 관련한 보도를 통해 ''양측의 현안을 진지한 분위기 속에 허심탄회하고 깊이있게 논의했으며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방북을 계기로 핵과 미사일 문제로 인한 지금의 대치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켜보려는 북한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으로서는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며 협상력을 극대화했다. 이에 맞서 국제사회가 유엔 등을 통한 대북 압박을 본격화할 시점에 협상으로의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94년 1차 핵 위기 때부터 반복돼온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이고,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과거 제네바핵합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94년 제네바합의는 북한의 과거 핵활동을 불문에 붙이되 현재와 미래 핵을 동결하는 데 불과한 미완의 협정이었고, 이는 이후에도 2차, 3차 핵위기를 불러오며 결국 핵실험에 이르는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

그 결과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제네바 협상은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가 확고히 선결되지 않는 협상은 북한 핵실험 이후 결집된 국제사회의 대응 의지를 약화시키며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반면 미국 정부는 여기자 문제와 정치 현안의 분리를 강조하며, 클린턴 방북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을 보면 미국도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며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가능한 최고의 지지를 얻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북 압박을 위한 노력을 늦추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이제 중요한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서 가져간 보따리에 무엇이 담겼느냐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의 남편으로서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테고, 김 위원장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것이다.

향후 협상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국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어떤 의지를 보였느냐에 달려있다.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바마와 클린턴의 면담 이후 미국의 대북 행보를 주시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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