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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외국의사 진료제한 풀자"…정부에 공청회 개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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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위기 '심각' 단계시 수련병원 등에서 예외적 진료 허용 입법예고
앞서 의협 등 "韓정부, 없는 게 낫다", "저질의료인 데려오려 해" 맹비난
중증질환자들 "국내체류 외국의사 조기투입 고려해야" 정부 "상황 지켜볼 것"

서울대병원 교수 529명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작성한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 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대병원 교수 529명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작성한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 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이 넉 달째 장기화되는 가운데 환자단체가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 제한을 풀고 의료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전날 보건복지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췌장암환우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폐암환우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한국식도암환우회 등 6개 단체가 모인 연합회는 해당 공문을 통해 "최근 국내 의사들의 집단 휴진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긴급대응책으로 외국 의사를 초청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예고 기간 (의사단체 등의) 반대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국민은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의사들의 진료 허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며 이와 관련한 대국민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복지부는 이날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외국 의료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전공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처럼 보건의료 위기 경보가 최고단계인 '심각'일 경우,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지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전공의가 부재한 수련병원 등 정해진 곳에서 '전문의 지도 아래' 진료가 가능하단 단서를 달았지만,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는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는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한국 의료는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데, 날고 기는 한국 의사들 놔두고 이제는 저질 의료인을 데리고 오려 한다"고 맹비난했고, "의사들을 겁박할 수 있는 카드란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주수호 전 의협 회장)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과연 외국의 어떤 의사가 자국의 의사를 위협하고 악마화하며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어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연합회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가 수백 명 이상 확인되는데 이들의 의료현장 조기투입 등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국민 공청회 개최 외 △외국의사 초청 및 진료허용 방안의 구체적 내용·추진계획 △외국 의사의 자격요건·진료 범위·활동기간 등에 대한 규정 △시행규칙 개정 외 필요사항이 있을 시 여야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싶다며, 복지부 담당자와의 면담도 요청했다.
 
연합회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증질환자들은 대학병원 휴진으로 인해 죽음을 재촉받는 처지"라며,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불법행동하는 의사들과 단체들에 대한 행정처분·사법처리를 하면서도 동시에 의료독과점 문제 해소를 위해 외국 의사 수입개방 조치도 함께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더 이상 의사집단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한 의료카르텔 해소를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정부는 당장 해당 방안을 현장에 적용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국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외국 의사를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에서 예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료공백 상황을 더욱 주시하면서,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앞서 지난 10일 외국의사의 진료 허용이 도리어 환자 안전을 더 위협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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