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에 동참을 호소하는 대국문 호소문. 이상훈씨 제공"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운전자가 입증하게 하는 자체가 모순된 행위며 국가폭력입니다"지난 2020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의 한맺힌 목소리다.
이씨는 지난 18일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7억 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 다섯 번째 변론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1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일명 도현이법)'에 관한 청원의 글을 또 다시 게시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해당 청원이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5일 만에 5만 명을 넘겨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지만, 차일피일 방치되다 결국 21대 국회의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도현이법'이 통과되야 한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국민들의 더욱 큰 관심을 당부했다.
지난 18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고 있는 이상훈씨. 전영래 기자
그는 호소문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개정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음에도 첫째 '입법례'가 없다는 이유와 둘째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았다"며 "민생을 외치던 국회의원과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무시해 결국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폐기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씨는 "지난 3월 EU에서 '소비자인 원고가 기술적 또는 과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제품의 결함과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해서 입증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넘기는 조항'이 신설했다"며 "입법례가 없다는 핑계는 더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제일 우선순위가 아닌 제조사의 이권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행태에 국민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다"며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입증케 하는 자체가 모순된 행위며 국가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호소문을 통해 22대 국회가 움직일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여전히 국회가 움직이지 않기에 22대 국회가 움직일 수 있도록 국민을 대표해 급발진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 국민동의청원을 또 다시 시작했다"며 "이번에는 청원 성립요건인 5만명이 아니라 30일 기간 만료까지 지속적인 동의가 가능하기에 10만 명, 20만 명, 가능한 많은 국민들의 동의가 이뤄져 더 이상 국회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방관하지 않도록 국민분들께서 청원에 필히 동참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이씨는 강릉지역 카페와 점포 등에 대국민 호소문을 부착했으며 강릉시청과 도의회, 도청까지 호소문을 부착하며 국민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각종 SNS 등을 통해서도 확산하면서 해당 청원 글은 19일 오후 2시 기준 1만 9천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60대)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인 A씨가 다쳤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해 10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검찰은 "진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A씨 가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 6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현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