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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오류"→"수정 요구" 재판부에 정면승부, 최태원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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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식 가치 산정 숫자 오류"→고법 인정 후 수정
고법 "판결 영향 없어"→SK "기여도 수정… 왜 영향 없나"
이례적 재판부와의 장외전…논리 허점 지적으로 실리 챙기기 의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SK 제공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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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재판부와의 '장외공방'으로 번졌다. 최 회장의 반박 회견에 재판부가 입장문을 내고 법정 밖에서 맞대응하는 굉장히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법정에서 다퉈야 할 문제를 공론화해 기업 이미지만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있는 한편 재판부 논리의 허점을 부각시켜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교차한다.

'치명적 오류'로 지적된 '주식 가치 산정 숫자 오류'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의 핵심은 SK(주)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할 지 여부였다. 재산을 선대회장에게 물려 받았어도 주식 가치 증대 과정에서 최 회장의 역할이 크고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된다면 '공동재산'이어서 노 관장과 나눠야 해서다.

최 회장이 '치명적 오류'라고 지적한 '주식가치 산정 숫자 오류'는 최 회장이 1994년 현재 SK(주)의 전신인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을 인수한 원천이 된 자금 2억 8천만원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의  원천이 된 자금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증여 받은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최 회장 명의의 계좌거래 등을 따져봤을 때 최 회장이 선대회장 돈으로만 SK 주식을 매입한 게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면서 최 회장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텔레콤 주식 매입자금이 "최태원·노소영 부부공동재산에서 비롯됐다"며 SK(주)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했고, 동일한 자금에 대해선 "노태우가 1991년경 최종현에게 300억원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그 자금이 최종현이 원래 보유한 개인 자금과 혼화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식가치를 따져 최 회장의 기여도가 컸다는 판단도 추가했다. 1998년 5월 대한텔레콤 주식을 주당 100원으로 계산해 2009년 11월 기업가치를 355배 올렸다고 봤다. 여기서 최 회장 측이 지적한 '치명적 오류'가 나왔다. 최 회장 측은 액면 분할 등을 감안하면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으로 봐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재산 분할 대상 과대 평가" vs "판결에 영향 없어"

최 회장 측은 최 회장의 기여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노 관장에게 주식을 나눠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계산하면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에서 35.6배로 낮아지고,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로 올라간다. 따라서 '승계상속형'인 최 회장의 배우자 노 관장에게 보수 및 상여금에 대한 기여는 인정할 수 있지만, 주식 가치 증가에 대한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①SK 주식을 비롯해 부부공동재산 중 대부분이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 중 형성하거나 취득한 재산인데 ②혼인기간은 총 30년을 넘고 ③SK 주식 가치 증가에는 선대회장과 현 회장의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가 크게 작용했으며 ④노 관장과 노 관장 부친이 최 회장 부자의 경영활동에 대해 계속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게 항소심 판단 내용 요지라고 설명했다.

숫자 오류 정정은 최 회장의 경영활동 '중간단계'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것이지 재판 결과를 흔들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어 최 회장이 경영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올해까지 재임기간 26년을 모두 따져 기여분을 산출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원천이 된 자금을 특유재산으로 보지 않은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 측도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당초 재판부가 기여도 '12.5대 355'를 기초로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지급액을 결정했는데, 이번에 '125대 160'으로 기여도를 수정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 더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실질적 혼인 관계는 2019년에 파탄났다고 하면서 2024년까지 최 회장의 기여도를 재산정한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 관련 SK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SK 제공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근 재판 현안 관련 SK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SK 제공

재판부와의 '장외공방'… 최태원의 전략은

SK그룹은 그동안 최 회장의 이혼 소송 문제에 대해선 거리를 뒀지만, 2심 결과를 기점으로 그룹 전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재산 분할 문제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지만, 재판 결과를 통해 SK그룹에 '정경유착' 꼬리표가 붙으면서 그룹 문제가 됐다는 인식이 공유되어서다.

실제 이형희 수펙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소송은 개인 간의 소송으로 회사 차원에서는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항소심 판결을 보고 5공화국의 비자금 아래 성장한 곳이라는 정의가 내려졌다. SK는 15만 가까운 구성원, 고객, 투자자가 있는데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면서 왜 그룹 차원의 대응이 이뤄졌는지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최 회장이 전면에 나서 재판부와의 정면돌파를 택한 것도 고심 끝에 실리를 택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오일선 한국 CXO 소장은 "1조 3천억원이 넘는 재산을 고스란히 줘야 한다는 항소심 결과가 유지된다면 SK그룹에서는 비상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며 "이 금액을 깎기 위해 논리나 빈틈을 찾아 성공할 수 있으면 실리적인 부분을 챙길 수 있을텐데 이 부분을 노린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경정 사실만으로 대법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이 재판부의 허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함으로써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 회장 측은 대법원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심리불속행 기각을 해버리는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며 "항소심 판결문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법원에 '꼼꼼하게 심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정된 항소심 판결은 이제 대법원에서 다투게 된다. 보통 경정 결정이 이뤄지면 즉시 항고할 수 있는데, 최 회장 측은 이미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에선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이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먼저 따지고, 그 판단에 따라 확정된 사실인정에 따라 원심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2단계 판단으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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