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시청률보다 화제성…'선업튀'가 바꾼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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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tvN '선재 업고 튀어' 집필·연출한 이시은 작가·윤종호·김태엽 PD

왼쪽부터 윤종호 PD, 이시은 작가, 김태엽 PD. tvN 제공왼쪽부터 윤종호 PD, 이시은 작가, 김태엽 PD. tvN 제공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신드롬의 주역이 배우 김혜윤·변우석이라는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작가·제작진 뼈대를 세우고 살을 덧대는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도 없었을 것은 자명하다.

화려한 스타보다는 '라이징' 배우들을 기용했고, 신인 작가와 PD의 조합이었다. 누구도 쉽게 성공을 예측할 수 없었지만 결국 이들은 해냈다. '선재 업고 튀어'는 뜨거운 화제성이 시청률을 압도하며 업계에 '시청률'만이 드라마의 지표가 아님을 새삼 실감케 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이시은 작가의 영리한 각색과 윤종호·김태엽 PD의 상호보완적 연출이 마치 퍼즐처럼 들어 맞았다. 이들은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과거의 로맨스 공식을 답습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어떤 역경과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임솔(김혜윤)을 향한 류선재(변우석)의 순애보는 그렇게 탄생했다.

가장 주목 받는 스타들이 탄생하고, 글로벌 인기까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빛나는 성공 지표 뒤에 작가·PD들이 '선재 업고 튀어'를 완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쳤는지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이시은 작가, 윤종호·김태엽 PD의 일문일답.

tvN '선재 업고 튀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tvN '선재 업고 튀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Q '선재 업고 튀어'가 신드롬급 인기를 모으며 성공을 거뒀다. 작품을 만들었기에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A 윤종호 PD(이하 윤)> 촬영 후반부터는 왜 이렇게 밖에 못했지, 속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이 끝나 되게 시원했는데 이제는 너무 그립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만끽하며 즐기고 싶다. 가족들도 너무 좋아해줘서 행복했다. 사실 믿기지 않는 기록들이다. 체감을 못했는데 외국에 있는 친구들이 선재(변우석) 사인을 받아 달라고 연락이 막 오더라. 미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시청률이 적으니까 저희끼리 기록이 제대로 된 건지 의심하기도 했다. 지금은 시청률보다 더 좋은 화제성과 반응이 있어서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김태엽 PD(이하 김)> 저는 보잘것 없는 사람인데 제가 참여한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월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게 정말 한 개인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너무 보람되고 감사하다. 그런 기회가 제 인생에 주어져서 너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심리적으로 K-콘텐츠와 먼 인도, 중동 등지에서도 사랑 받으니까 너무 신기하다.

이시은 작가(이하 이)> 제가 작품을 제일 오래 데리고 있었다. 3년 전 기획을 시작했는데 시청자 분들 처럼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기가 싫다. (웃음)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만큼 헛헛하고 벌써 그립다. 다시 솔이와 선재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다. 시즌2 생각은 아니다. 그냥 제 마음 속에 주인공들이 살아 있어서 가끔씩 한 번 꺼내본다.

Q 그 동안 청춘 로맨스 드라마는 많았지만 이 정도로 폭 넓게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은 드물었다. 어떤 지점이 인기 요인이었을까

A 이>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은 아니었다. 서브 남자 주인공 속성을 선재에게 가져왔다. 한 여자만 짝사랑하고, 한없이 다정다감하고, 지고지순한 짝사랑. 저는 이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지만 과연 사랑 받을 수 있을지가 숙제였다. 다정한 순애보를 정말 배우가 잘 연기해줬고 비주얼까지도 극대화해서 살려주지 않았나 싶다. 여자 주인공이 보통 먼저 짝사랑을 시작하는 배치도 바꿔보고 싶었다. 또 상황에 따른 운명적인 서사 말고 서로를 사랑하는 둘의 마음에 있어서는 고구마가 없길 바랐다. 일부러 다음 편까지 기다림이 하루 밖에 안되는 홀수 회차에 고구마 이야기들을 넣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하길 바랐다.

Q 변우석과 김혜윤, '솔선' 조합으로 캐스팅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A 이> 임솔은 밝은데 아픈 마음이 깊은 캐릭터다. 이걸 동시에 표현할 배우를 찾아야 했는데 김혜윤 배우의 작품들을 보니까 그게 되겠더라. 그래서 배우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대본을 썼다. 진짜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너무 기뻤다. 내가 상상해서 써도 그 배우가 내 캐릭터를 해줄 확률이 많지 않다. 정말 행운이었다.

류선재는 한 나이대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서 이미지에 맞는 배우였으면 했다. 우연히 영화 '20세기 소녀'를 봤는데 변우석 배우 이미지가 좋았다. 류선재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대본이 들어갔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명 같았다. 애초에 배우가 갖고 있었던 게 많았고, 마침 운이 좋게 여기서 빛을 본 게 아닐까 싶다.

tvN '선재 업고 튀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tvN '선재 업고 튀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Q '솔선 커플'이 타임슬립을 하면서 주변 상황 때문에 자꾸 엇갈리니까 해피엔딩이 아닐까 맘 졸이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원작 소설이 있었던 작품인만큼 각색에도 신경을 썼겠다. 소설과 드라마는 각기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A 이> 해피엔딩 외에 다른 엔딩은 처음부터 없었다. (웃음) 로맨틱 코미디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둘의 행복한 결말인데 당연히 새드엔딩은 보지도, 쓰지도 못한다. 소설은 어떤 소녀가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를 살리러 간다는 설정 말고는 다 바꿨다. 애초에 그 설정을 쓰고 싶었기에 판권 구매를 부탁드렸다. 최종적으로는 쌍방구원을 하고 싶어서 달려왔다. 소설이 아이돌 관련 이야기가 주라면, 드라마는 드라마 만의 재미가 또 있다. 제 감성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Q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나 거액 제작비가 들어간 기대작은 아니었다. 이 정도까지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을 것 같다


A 윤> 신인 연출자와 신인 작가님 조합에 배우들도 소위 '탑배우들'을 데리고 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주목은 받지 않았지만 서로 의기투합을 했다. 재미있게 현장을 꾸리려고 했고, 우리끼리만 알 수 있는 미장센을 심어서 잘 되지 않더라도 행복하고 재미있게 만족하자는 생각이었다. 촬영할 때 시민들이 배우들을 잘 몰라보더라. 그래서 솔직히 편하긴 했다. (웃음) 다만 우리 셋이 배우들은 어쨌든 이 작품의 전후가 다를 거라고 생각을 했다. 작품을 통해 같이 성장하고 싶었다.

Q 촬영 때문에 바쁜 와중에 구체적으로 언제쯤 이런 인기를 체감했는지 궁금하다. 초반 화제성을 위해 제작진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도 있었을텐데

A 윤>2회 안에 반응이 없으면 끝이라고 봤다. 1회를 보고 배우들이 너무 좋아했다. 회식하면서 간단히 반주를 했는데 변우석 친구가 "감독님, 제가 믿었다"면서 끊임없이 웃더라. 김혜윤 친구는 갑자기 옆에 와서 "아빠, 너무 좋았어요"라며 우리 두 감독을 믿고 따라간 것에 대해 뿌듯한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다. 이 작품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런 배우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김> 1~2회 이후 반응이 많이 터졌을 때 한참 촬영 중이어서 우석이만 2회를 보고 왔다. 애가 너무 좋아서 끌어 안는 거다. 그래서 3~4회에서 더 터지겠다는 예상을 살짝 했다. 시청률이 안 나올 때는 왜 이런 건지, 수치를 다시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한 적도 있다. (웃음) 그런데 이게 입소문이 나서 잘된 작품이라 지금 보는 시청자들도 많다. '눈물의 여왕'처럼 대배우, 대작가님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지만 정말 멋있는 배우들과 우리가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희열감을 느꼈다. 어려운 환경이었고, 날씨나 상황이나 안 맞는 게 많았다.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러나 싶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tvN '선재 업고 튀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tvN '선재 업고 튀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Q 실제로 겨울에 여름 배경 촬영을 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A 윤> 1회 솔이가 호숫가에 빠지는 장면을 찍을 때가 영하 10도였다. 배우가 호숫가에 들어가서 기어야 하는 상황인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촬영을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여러 감정이 있는 장면이라 컷도 여러 개 찍었어야 했다. 리허설을 빨리 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혜윤이가 처음으로 아무 연기를 못하더라. 순식간에 너무 미안해서 일단 나오라고 했다. 다시 보온 처리를 해주며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차갑고 힘든지 몰랐다면서 순간 멘털이 나가 보였다. 날씨 운이 없어서 그런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 욕심, 내 만족으로 계속 촬영을 끌어가야 되나 고민이 많았다.

김> 겨울에 반팔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거 자체가 너무 미안한데 배우들이 입에서 입김이 나니까 얼음을 좀 먹어볼까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엄청난 거다. 누구나 사람인데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얼음을 입에 넣고 싶겠나. 기꺼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 자체가 훌륭한 프로의식과 인성이라고 본다. 그래서 좋은 결과까지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이> 이런 내용을 제가 다 쓰지 않았나. 왜 하필 물에 들어가게 썼을까, 왜 하필 절벽으로 썼을까, 왜 눈이 내리게 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촬영 스케줄표를 확인하면서 늘 날씨 확인을 했다. 매일 너무 미안해서 그런 장면을 찍으면 혜윤이에게 고생 시켜서 미안하다고 연락했다. 촬영이 끝나고 혜윤이를 안으니까 눈물이 나고, 잘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작가는 끊임없이 쓸 수밖에 없는 마음이 괴롭다. 글의 무게를 느꼈다.

Q 현장에서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메이킹 영상을 보면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더라

A 윤> 제가 아빠고, 김 감독이 엄마였다. 제가 호되게, 강하게 밀어 붙이고 나면 김 감독이 잘 풀어줬다. 진짜 남동생, 여동생 같은 느낌으로 사랑스럽게 작품에 임했다. 배우들도 서로 간 격의 없이 지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 두 사람의 태도와 스타일이 달라서 평이 엇갈린다. 다만 애정이 있으니까 메이킹까지 찾아 보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메이킹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작품을 처음 해봐서 솔직히 단체 관람 이벤트에 가서 놀랐다. 저를 많이 알아봐 주셔서 이런 게 연예인의 삶인가 싶어 쑥스럽더라. 이런 인생작을 경험해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더 열심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모든 관계는 쌍방이다. 두 배우는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훌륭하고 사랑스럽다. 많은 사람이 모인 드라마 현장이 그러기 쉽지 않다. 너무 감사하고 운이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애정이 깊어지니까 시너지가 됐다. 작가님의 글에서 모든 게 시작됐지만, 현장의 관계는 배우들의 인성이 크게 작용했다.

Q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두 배우는 스타가 됐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지표 외에 배우로서는 어떤 성장을 이뤄냈다고 보는지

A 윤>변우석이 맡은 선재는 너무 많이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었다. 배우가 힘든 상황들이 꽤 많았고, 스스로도 힘들어했다. 특히 고등학교, 대학교, 현재 시점까지 캐릭터와 톤이 다 달라야 해서 저희 나름대로 시간대마다 촬영을 최대한 몰아서 하고자 스케줄을 짜기도 했다. 저희도 노력하고, 변우석 본인도 갖은 노력을 많이 했다. 그 친구가 가진 장점을 캐릭터에 점점 소화 시키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흐뭇하고 좋았다.

김혜윤은 워낙 연기를 잘한다. 다만 바꾸고 싶은 게 있었다. 임솔 캐릭터는 사랑스러운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에 감정선만 잘해서 되지 않고 미적 '예쁨'이 있어야 된다고 봤다. 류선재가 첫 눈에 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도록 지금까지 김혜윤이 했던 그 어떤 역할보다 더 예쁘게 그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연기파 배우인데 관리를 좀 더 할 수 있게 모진 소리도 많이 했다. 본인 스스로도 그걸 아빠의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관리에 들어가면서 점점 예뻐졌다. 정말 딸이었는데 여성으로 보이고, 그런 느낌으로 노력해줬다. 또 고등학생이면서 내면은 34세인 연기를 하는 걸 힘들어했는데 곧장 알아듣고 알아서 잘 하더라. 그 땐 고통스럽고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행복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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