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자들이 광주 서구 풍암동 위파크 더 센트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광주전남지역에 최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사 현장 등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 작업 시작하면 바로 사람들 얼굴에 땀 줄줄줄 흘러내리죠"
지난 14일 오전 9시 광주 서구 풍암동 위파크 더 센트럴 공사현장.
건설노동자 최모(40)씨는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한다.
최씨는 "작년하고 비교했을 때보다 더위가 빨리 온 감은 있다"면서 "앞으로 더 더워진다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처음부터 일했던 사람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다"면서 "최근에 신규로 들어온 사람들은 적응하기가 지금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건설 노동자가 광주 서구 풍암동 위파크 더 센트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
이 현장에서는 최근 무더위 속에 근무하던 한 노동자가 일사병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최씨는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는 자신의 작업장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말한다.
최씨는 "그늘막 2개와 에어컨이 설치된 교육장에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다른 작업장은 그늘막을 설치할 수 공간이 없어 노동자들이 알아서 그늘을 찾아 쉬거나 야외에 마련된 휴게실에 비치된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광주 서구 지하철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는 굴착 작업이 한창인데 철판에서 발생하는 복사열까지 노출되면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40도가 넘는다.
노동자 최모(40)씨는 "철 절단 작업 등 불을 쓰는 작업이 많아 항상 더위에 노출돼 있다"면서 "더위가 가장 힘들다"고 밝혔다.
공사 구간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노동자도 9시간 가까이 땡볕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모(70)씨는 "땀이 흘러 내려 속옷이 살에 붙을 정도다"면서 "힘들지만 생계를 위해 참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광주 북구 임동 일대에서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일선 구청이 제공하는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도 때 이른 폭염에 근무시간을 앞당겼지만 더위를 피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에서 환경정화 활동에 나선 김모(75)할머니는 "최근에 기온이 크게 올라 1시간 앞당긴 오전 8시부터 3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다"면서 "더울 때는 그늘에서 물도 마시면서 쉬고 있지만 더위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온열질환 예방 3대 기본수칙(실외는 물·그늘·휴식, 실내는 물·바람·휴식)과 폭염 단계별 대응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전국 공공기관과 사업장에 배포했다.
사업장은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으면 폭염 단계별로 노동부가 권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폭염 단계별로 매시간 10분 이상 휴식을 제공하면서 오후 2~5시 사이엔 옥외작업을 단축 또는 중지 조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일 때 휴식을 취하도록 권고하지만, 50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남노동권익센터 문길주 센터장은 "폭염이 빨리 찾아오고 길어지면서 거기에 맞는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또는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폭염에 대한 대책은 권고에 불과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폭염 속 장시간 작업에 노출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