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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경쟁 빠진 與野…상속세 완화가 중산층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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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대주주 할증과세 폐지·유산취득세 도입 주장
민주당도 "집값 올라 중산층 부담" 상속세 완화 추진
재벌 빼면 상속세 실효세율 28.9%로 뚝 떨어져
실제로 상속세 내는 피상속인, 사망자 중 4.2%뿐
"유산취득세 도입하더라도 세수 중립성 지켜야"
"상속세는 '기회 균등' 헌법적 가치 위한 장치…민주주의 근간 흔들릴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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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에 이어 상속세 완화 논란이 급물살을 탔다. 여야가 앞다투어 감세 경쟁에 나선 가운데, 합리적인 세제 정비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린 '부자 감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값이 올라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자"고 나섰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종부세에는 "공식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숨고르기에 나섰는데, 상속세 개정 제안에는 "합리적이고 필요한 개정이라면 열어놓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문을 열었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불만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주로 최고세율이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최대주주에게는 20% 할증이 붙어 기업 경영권 방어에 애로를 겪는다는 논리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상속세 개편을 예고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도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야 한다. 할증세까지 있어서 재벌기업,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기업들도 주가가 올라가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고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유산취득세로 변경할 경우, 사망자의 유산 총액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존 유산세를 상속인 1인당 물려받은 유산에 각각 과세해 누진세율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부자 감세가 아닌, 자식에게 집 한 채 물려주려는 '중산층'을 위한 개편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임 원내부대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21년 19%, 2022년 17% 넘게 오르며 상속 재산가액 5억~10억원 사이의 과세 대상자가 49.5% 늘어났고 이 구간에 속하는 상속세 결정세액은 68.8% 급증했다"며 상속 재산가액 5억~10억 원 사이 구간의 세 조정안을 제시했다.

상속세는 상속인 1인당 기본 공제 2억 원에 더해 각종 인적 공제분이 공제되는데, 기준금액 이하인 경우 일괄공제된다. 그런데 일괄공제 기준 금액이 28년째 5억 원으로 고정된 반면 집값은 급등하면서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이 과도하게 늘었으니 기준 금액을 높여 공제대상을 확대하자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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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속세 당장 법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회로서는 원 구성에 집중해야 할 때인만큼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내놓을 '7말 8초' 이후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상속세 개정 논의를 검토해 세법개정안에 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과 정부·여당의 주장은 각각 결이 다르다지만, 상속세 완화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것 자체로 이미 감세 논쟁 스노우볼은 구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야 모두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며 감세안을 선보이지만, '부자 감세'라는 물음표를 떼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힘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2년 평균 실효세율은 41.4%인데다,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 원을 초과하는 26명(0.16%)을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로 뚝 떨어진다.

민주당은 중산층도 상속세 부담이 과중하다지만,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이들을 정말 중산층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실제 상속세 과세대상으로 결정된 피상속인은 1만 5760명으로 같은 해 총 인구의 0.03%, 사망자의 4.2%에 불과하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신승근 소장은 "2018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에 보수-진보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한 당시 유산취득세를 도입하도록 합의했다"면서도 "다만 전체 세수가 줄지는 않도록 세수 중립성을 전제에 두고, 과세표준이나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상속세를 부담하는 사람은 과세자 비율도 4.5% 내외 수준으로, 여야 모두 결국 부자에게서 세금을 깎아주자는 것"이라며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데, 그럼 결국 부자 아닌 사람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유호림 교수는 "애초 상속세는 세수도, 납세 부담자도 매우 적어서 세수나 경기 조절 목적으로 만든 세금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상속세는 헌법의 기회균등 민주주의를 위한 보조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또 "상속세는 대개의 경우 평생 한두 번만 적용되는 세금으로, 한 번 완화했다가 초부자, 대자산가들이 몰아서 상속세를 내면 다시 회복하기도 어렵다"며 "상속세 부담이 커진다지만, 이미 가업 상속 공제 등 상속증여세를 무력화하는 법 개정이 많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속세를 완화하자는 것은 재산과 사회적 계급의 상속을 긍정하겠다는 얘기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얘기"라며 "단순히 세수 부담이 얼마냐를 따지기보다 우리나라가 지속 발전하기 위한 기회 균등, 흙수저 청년들도 노력하면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기 위해 어떤 제도가 적절한가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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