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의 이른바 '세기의 이혼 소송' 2심에서 법원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주자 SK그룹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법원이 노 관장의 경영 기여를 인정하면서 최 회장의 SK㈜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판단함에 따라 향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분 매각 보다 지분 담보 대출 가능성 커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2022년 12월 1심과 비교했을 때 금액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알려진 재산 분할 규모 가운데 역대 최대다.
2심은 1심과는 달리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17.73%(1297만5472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지주회사인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일단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현 상황에서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1조3808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이 25.5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지분 35%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보고 있다.
대신 최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대출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외에도 SK케미칼(6만7971주·3.21%), SK디스커버리(2만1816주·0.12%) 등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본격화 시 사업 투자·개발 위축 우려
연합뉴스최 회장이 대법원에 상고한 만큼 일단 시간은 벌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개인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함에 따라 향후 경영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구개발(R&D)이나 시설 투자 등이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면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날 SK㈜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는 2심 판결이 나오자 코스피 장 후반 SK의 주가가 전장보다 9.26% 급등한 15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한때는 15.89% 오른 16만77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항소심 판결인 만큼 추후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이 될 경우 SK 경영권을 두고 지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