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끝까지 극한 정쟁…22대는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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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끝, 이제 22대①]
21대 국회 내내, 거대 야당 단독 처리→거부권→최종 부결 정쟁 반복
뒷전으로 밀린 민생법안, 여야 합의에도 갈등에 통과 못시켜
구하라법·고준위법·유통산업발전법 등 폐기 수순
22대 국회 구심력만 더 세진 여야, 더 극단으로 치닫을 전망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민주유공자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있다. 여당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표결에 불참했다. 연합뉴스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민주유공자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있다. 여당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표결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與野 끝까지 극한 정쟁…22대는 더 심각하다
(계속)

21대 국회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막을 내렸다. 정쟁 속 협치 의지를 상실한 여야가 쟁점 법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거대 의석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없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양상이 21대 국회 내내 반복됐다.

28일 열린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절차에서 부결됐는데, 정쟁에 가려져 있던 시급한 민생 법안들도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미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인데 여야가 대립에만 매몰되며 민생 법안은 외면 받는 상황은 22대 국회에서도 더 심하게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단독 처리→거부권→최종 부결…21대 끝까지 재방송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 재표결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결 절차가 진행됐다.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법안은 최종 폐기됐다.

그러자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또 이날 의사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던 민주유공자법과 농어업회의소법, 지속가능한 한우사업을 위한 지원법,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민주당만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은 여야 합의 없이 사회적 논의도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과한 무리한 법인만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29일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법안들은 모두 폐기되게 된다.

이날 본회의는 21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였는데, 그동안 21대 국회가 보여온 전형적인 행태가 고스란히 반복됐다. 여야 합의는 실종된 상태에서, 거대 의석을 업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면,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꺼내드는 식이다.

21대 임기 초반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2020년 7월)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새 정부 출범 직전에는 검수완박법(2022년 5월)을 통과시켰다.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을 강행 처리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쌍특검법부터 채 상병 특검법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만에 10건의 법안에 거부권이 행사됐고, 법안은 모두 재의결 끝에 폐기됐다.

정쟁 속 희생된 민생법안들…22대 전망은 더 어두워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관계자가 본회의장 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관계자가 본회의장 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한 정쟁 속 기타 민생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렸고, 21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 등을 건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특별법(고준위법)'은 여야가 대승적 합의에 이르렀지만, 채 상병 특검으로 얼어붙은 정국 상황 때문에 상임위가 열리지 못했다.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자격을 박탈할 수 있게 하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도 법사위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으며 폐기된다.

육아휴직 기간을 최장 3년까지 늘리는 모성보호3법,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AI기본법',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연장하는 'K칩스법' 등도 마찬가지 신세다.

연금개혁도 장기간 표류하다가 막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 안을 수용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하며 급물살을 탔지만, 여야가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22대로 공을 넘기게 됐다. 모수개혁에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구조개혁 병행 문제가 발목을 잡았는데,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서로의 진의를 의심하며 연금개혁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정쟁을 벌이다가 개혁의 기회를 날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 대한 전망은 더 어둡다. '여소야대'라는 기본 구도가 동일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 내부를 향하는 구심력이 강화됐기에 극단적인 대결 정치가 더 심화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22대 국회 원구성을 두고서도 여야는 접점 모색 대신 자기 주장을 반복·강화하면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독단을 막기 위해서 법사위원장과 운영원장을 찾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기존 관례에도 부합하고, 다수당의 폭거를 제어할 최후의 수단으로서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법사위와 운영위를 다 가져가는 것에 대해 일부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현 정권을 심판해야한다는 것이 여론이기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운영위를 맡고, 제2당이 법사위를 맡는다는 상식적인 제안을 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2년 전 정권을 뺏길 때도 자신들의 독주 때문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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