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단체 "대법, '입시요강 발표 중단' 소송지휘권 발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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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大 총장들 향해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정 발표 지금 당장 중단" 호소
전의교협 "40명 정원 버스에 130명 태우잔 격…교육현장 붕괴 여파 10년 간다"
"가건물에서 가르치고 해부실습 동영상 대체?…준비 안됐는데 어떻게 가르치나"

이병철 변호사(왼쪽 두번째)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이 변호사,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 연합뉴스이병철 변호사(왼쪽 두번째)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이 변호사,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 연합뉴스
의대정원 증원을 반영한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확정된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관련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각 대학 총장들이 입시요강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법부를 향해서는, 해당 재항고건에 대한 최종 법적 판단이 나오기까지 정부가 대입 관련 행정절차를 중지하고 대법 재판에 즉시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 지휘권'을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40대 의대 교수들이 모인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의협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의교협은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이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농단·교육농단'은 생산적인 비판과정 없이 일사불란하게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맹목적인 결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가 내린 결론의 맹점을 찾기 위해 '용감하게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 즉 이스라엘 국가안전보장회의처럼 '10번째 사람 규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국가의 존망을 가를 수 있는 일이 흔하고, 절대권력에 의해 비판 없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는 그 폐해가 전 국가에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2025학년도 대학입시 모집요강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예방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고자 법령상 '사전예고제'에 따라 지난해 5월 이미 확정·발표된 바 있다고 짚었다. 또 '천재지변'이나 '대학 구조조정'도 일어나지 않은 평시에, '의대 2천 증원' 기습발표로 입시현장을 대혼돈에 몰아넣었다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전의교협은 "지역인구는 소멸되어 가고 초등학교 폐교 소식이 줄을 잇는 상황에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결하겠다고 인구를 2천만씩 늘리자는 정책을 세운다면 누구나 '무슨 궤변이야?'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는 원인이 전체 인구 수 부족이 아니듯,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필수의료 역시 의사 수가 모자라 발생한 결과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이 의료개혁이란 '공공복리'를 집행정지 신청 기각 사유로 든 데 대해선 "필수의료·지역의료 회생을 위해서는 의사를 양성하는 기관, 의대 교육현장이 붕괴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의대 증원·배정을 두고는 '40명 정원인 버스에 (현원 대비) 325%에 해당하는 승객 130명을 태우라'고 하는 버스회사 사장의 명령에 빗댔다. 조 교수는 "이런 상황에 승객의 생명은 아무도 담보하지 못하고 버스는 그대로 고장 나버리고 말 것"이라며 "의료교육 현장도 매한가지다. 교육현장 붕괴는 그 여파가 10년 넘게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기에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인 영국·프랑스·미국에서도 20~21년에 걸쳐 5700명~1만 명을 늘렸다"며 "즉 연간 정원의 10% 이하인 2.6~8%만 증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의교협은 "의대 재학생 등이 제기한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고법) 3건과 부산대 의대 재학생 4명이 포함된 재항고심(대법) 1건이 이달 30일 이내로 결정되길 소망한다"며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요청했다. 대법원이 보건복지부·교육부를 대상으로 재판 협조를 요구하는 소송지휘권을 발동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당신이 다수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면, 그 자리에 멈춰서서 다시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말씀드린다"며 "우리 사회의 소수인 의료인의 간곡한 외침을 경청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이 결정된 한 사립대의 수요조사서를 익명으로 공개하며, 이 학교가 향후 교육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7년간 총 403억이 필요하다'고 기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관련 '총 사업비 산출 근거 및 기타 건의사항' 항목에는 '전부 정부 지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기초의학교수 12명의 추가 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도 해당 조사서에 담겼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보고서를 들어 "최근 3년간 전국에서 118명의 의사 기초교수가 신규 임용됐다. 연 40명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현재 전국의 기초의학 대학원생이 104명인데, 이 대학이 어떻게 12명의 기초교원을 채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가건물이나 천막에서 의과 교육을 하고 해부실습을 동영상으로 대체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실제 가르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증원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란 말인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전의교협이 10% 이상 증원이 이뤄진 의대 30곳에서 강의를 해온 의대 교수 1천여 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5.4%(910명)는 증원 강행 시 학생들의 입학·진급에 맞춰 교수를 적절히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보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협·전의교협 공동 기자회견. 연합뉴스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협·전의교협 공동 기자회견. 연합뉴스
오세옥 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성이 자주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32개 증원 대학 중 18개 대학은 아예 실사를 실시하지도 않았고, 14개 대학도 비전문가로 구성된 전담반이 30분~3시간의 형식적 실사를 하는 데 그쳤다"며 "정부는 대학별 교육여건 평가보고서와 현장점검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 증원이 불공정 의료 생태계를 개선할 수 없는데도 (정부는) 단순히 '낙수효과'만을 기대하고 있다"며 "필수·지역의료 개선을 위한 정책에 의대 증원이란 전제는 필요가 없다. 의대생의 휴학·유급 위기와 '의대 블랙홀'과 같은 사회 전반의 공공복리를 재판부가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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