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참 나쁜 정부" 비판한 尹도 '전기·가스요금' 손 못 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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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권, 전기요금 인상했지만 '찔끔'…한전·가스공사 누적적자 계속 쌓여
文 정권에서는 전기요금 인하·적자 발생에도 '동결'
"전기·가스요금 결정 기구 독립성 보장돼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벼랑 끝에 선 심정입니다. 이자비용만 하루 47억 원에 달합니다" (22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회사 중간배당이라는 특단의 대책도 시행했다. 더 이상 쓸 수 있는 대책이 없습니다" (16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6일과 22일, 일주일 간격으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요금인상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연초나 연말도 아닌 상황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두 전력기관이 기자 간담회를 가진 것도 이례적인데 약속이나 한 듯 한 목소리로 요금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호소했다. 그만큼 요금인상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다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수십조에 이른다. 한전의 경우 누적적자는 43조 원에 이르고, 부채도 200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자비용만 4조 5천억 원으로 하루 120억 원의 이자를 지급한 꼴이다.

한국전력공사 제공한국전력공사 제공
가스공사 역시 현재 1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있다.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2021년 말 26조 원에서 2023년 말 39조 원으로 늘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현재 차입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데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만 하루 4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상 필요성 "다 알지만"…정치권은 계속 억제 압박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종민 기자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종민 기자
정부 역시 요금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한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공감하면서 인상을 제안하지만 번번이 '물가안정'을 우선시 하는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막히는 것이다. 물가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요금인상에 대한 국민 정서가 크게 작용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정권의 뒤늦은 전기요금 인상을 비판하며 "공과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대선이 끝나자마자 올리겠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더 커질까 두려워서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보자는 속셈"이라며 '참 나쁜 정부'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향'으로  내세운 것이 전기·가스요금에 대해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역시, 원가주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5차례에 걸쳐 전기 요금을 올리긴 했다. 다만 이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찔끔' 인상이었다.
 
한전은 2022년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2023년 전기요금을 ㎾h당 51.6원 더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023년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h당 21.1원 올리는데 그쳤다. 가스요금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2년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0%가량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 인상되는 데서 멈췄다. 가장 최근의 전기·가스요금 조정 시기는 총선과 고물가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또 다시 동결됐다.
 
문재인 정부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여름철 7~8월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요금 부담을 낮췄다. 2021년에는 한전이 5조 86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요금은 동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물가 때문에 올리지 못한다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코로나 시기라는 점 때문에 공공요금 인상을 계속 억제해 왔다"고 말했다.


요금 결정 기구 독립성 보장 필요

 
세계 정세에 따라 변동하는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연료비 연동제가 2021년에 도입됐지만, 이 또한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나 업계를 중심으로 공공요금 결정 과정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곧 나오고 있다.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강천구 교수는 "전기위원회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느 정도 요금을 올려 현실화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해도 정치권이 개입하는 순간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정치권이 요금 현실화 필요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는데 나서야 하는데, 자꾸 회피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한테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산업부 전기위는 '전력시장 요금·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전문성 강화 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내놨는데 보고서는 "전기위를 산업부에 설치하더라도 그 업무 수행의 측면에서는 독립적인 규제기구임을 명확히 선언하는 한편, 전기위가 단순한 사전 심의기구로서가 아니라 전력산업에서의 독립적 규제기구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관 사무를 명확히 규정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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