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장비로 들여다본 가구 내부에 혹파리 유충이 가득한 모습. 독자 제공 부산의 특정 브랜드 신축 아파트에서 '혹파리'가 기승을 부린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새 아파트로 입주한 지 몇 달 만에 파리 떼와 씨름을 하면서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붙박이장 들여다보니 혹파리 유충 '가득'…입주민 '경악'
지난해 말 부산 남구 A아파트에 입주한 B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밤이면 벌레가 집안 곳곳을 날아다녀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에 많게는 30마리씩 잡았지만, 벌레가 도무지 사라지지 않자 B씨는 해충 퇴치기까지 마련했다. 퇴치기에는 노란색 벌레가 100마리 넘게 붙어 있었다.
방역업체를 불러 확인해 보니 싱크대와 화장대, 붙박이장 등 시공사에서 옵션으로 제공한 가구 속에는 노란 곰팡이와 유충이 가득했다.
집안을 날아다니는 벌레와 가구 속 유충의 정체는 혹파리로 확인됐다. 혹파리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주로 서식하는 파리목 혹파리과 곤충으로, 나무에 살며 곰팡이 등 균을 먹고 산다.
B씨는 "처음에는 '여름이 다가오니 벌레가 나오나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흔히 보는 초파리가 아니었다"며 "방역업체를 불러 확인하니 화장대나 싱크대 등 가구 구석구석 노란 곰팡이와 혹파리 유충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혹파리는 없앨 수 있어도 이미 가구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혹파리는 손 쓸 수가 없어 난감하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가구를 전부 교체해야 할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아파트 입주자대책회의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혹파리 출몰 관련 신고를 접수한 세대는 140세대에 이른다. 현재까지 신고는 잇따르고 있어 피해 세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세대 주민들은 시공사 측 해결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개별적으로 방역에 나섰다.
방역업체 "올해만 부산지역 4개 아파트서 혹파리 기승"
방역업체를 불러 가구 내부를 전문 장비로 확대해 보니 노란 곰팡이가 가득하다. 독자 제공 해당 아파트를 비롯해 부산지역 신축 아파트에서 혹파리가 출현하는 사례는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파리 전문 방역업체에 따르면 올해 부산지역에서만 4개 아파트 단지에서 혹파리가 발견됐다.
혹파리 전문 방역업체 측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해당 아파트를 포함해 부산지역 4개 아파트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 지난해 8~10월 정도 입주한 신축 아파트로, 시공사에서 설치한 신발장과 주방 상·하부장, 아일랜드 식탁 등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파리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벌레였는데, 20년 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주로 4월 초부터 많이 나온다"면서 "현재 전국적으로는 22개 아파트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문의 전화만 150~200통 정도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근 같은 브랜드 C아파트 일부 세대에서도 혹파리가 출현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C아파트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했다. 시공사는 입주민과 협의해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벌레 종류와 유입 경로, 발생 원인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세대별 상황을 조사하고 방역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혹파리가 맞는지를 비롯해 유입 경로, 피해 세대 등에 대한 조사도 거쳐야 하는 단계"라며 "C아파트에 대한 방역 조치는 마쳤고, A아파트에 대해서도 입주민과 긴밀하게 협의해 최대한 서둘러 방역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