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리나라 은행은 앉아서 돈을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것이 문제…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다."(윤석열 대통령, 2023.11.1.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 원에 달하는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11.6. 언론 브리핑)
윤석열 정부에서 줄곧 때려온 은행 독과점 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32년 만에 전국구 은행이 추가된 데 이어 제4인터넷은행의 출범에도 속도가 붙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가 표면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 체질개선까지 동반해 실제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2년 만에 7번째 시중은행 등장, 인뱅 존재감도 커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대구은행의 전국구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한 건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거대 금융지주 중심의 은행권 독과점 타파를 위해 크게 4가지 방안을 들고 나왔다. ①신규 플레이어 진입 허용 ②다른 플레이어(저축·지방은행 등)를 통한 시중은행과의 경쟁 촉진 ③금융·IT 협업 강화 ④대출·예금 금리경쟁 촉진이다.
①의 구체적 내용 중 하나가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인데, 대구은행이 유일하게 전환을 신청한 플레이어였다. 지난해 대구은행에서는 대규모 계좌 임의개설 사고가 나면서 전환 요건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첫 도전에서 단번에 심사를 통과했다. 은행업계 독과점 타파라는 더 큰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신규 플레이어인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절차도 총선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은행이 최근 제4은행 인가전에 도전장을 냈고 신한은행도 참여를 검토하는 등 인가전 분위기도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대출 갈아타기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여신잔액이 크게 성장한 가운데, 기존 시중은행들로서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로서가 아니라 혁신 상품으로 경쟁에 뛰어들려는 곳도 있다. 광주은행은 토스뱅크와 손잡고 공동대출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금융위는 금융과 IT·플랫폼기업의 협업 등으로 경쟁촉진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일부 규제를 예외·면제하고 신속히 출시를 돕는다는 입장이다.
독과점 흔들 '메기' 될까…부작용 우려도
연합뉴스은행업계 곳곳에서 기존 체제에 균열을 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실제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체질변화가 이뤄질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가 7조9천억원으로 업계 1위인 KB국민은행(512조원)의 13.8%에 그치고 다른 주요 은행과 비교해도 2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체급 자체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메기'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제4인터넷은행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여전하다. 기존 은행들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중금리 대출상품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앞서 비슷한 요구를 받았던 인터넷은행들도 출범 이후엔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기대만큼 판을 흔들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높은 이자마진이 독과점 해소의 명분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지만, 실제 인터넷은행 도입 이후에도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존 은행보다 한참 체력이 약한 신규 플레이어를 한두 곳 늘린다고 해서 혁신이 따라올지 의문"이라며 "어설픈 경쟁을 통해 확대되는 금융소비자 혜택은 미미하고 오히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선 큰 결함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