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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왜 자꾸' 한국 바이어에게 기사 작위를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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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트·슈퍼업계 MD 5명 프랑스 기사 작위 수상 쾌거
와인 내수 부진한 프랑스의 해외시장 확장 방안이란 분석도
실제 기사 작위 받는 동안 국내 마트·편의점 와인 매출 증가
첫 기사 작위 획득이 연이 돼 '2연승'으로 이어지기도

김웅 롯데마트·슈퍼 주류팀장. 연합뉴스김웅 롯데마트·슈퍼 주류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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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 바이어(MD·상품기획자)들이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를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가 이룩한 성과라는 평가와 함께, 부진한 와인 수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랑스가 해외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D 5명 '와인 대중화' 공로…정작 프랑스는 수요 부진


지난달 25일 롯데마트·슈퍼 김웅 주류팀장이 프랑스 보르도에서 프랑스 3대 기사 작위 중 하나인 '꼬망드리(Commanderie)'를 획득했다. 지난 2019년 롯데마트·슈퍼 이영은 주류부문장도 같은 기사 작위를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롯데슈퍼 박혜진 바이어도 프랑스 샴페인(스파클링 와인) 단체인 OCC협회가 수여하는 담슈발리에(Dame Chevalier) 작위를 받았다.
 
국내 마트업계 선두주자 이마트도 일찍이 프랑스 기사를 배출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2년 신근중 당시 와인 바이어가 유통업체 MD로서는 아시아 최초로 꼬망드리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18년에는 명용진 와인 바이어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쥐라드 드 쌩떼밀리옹(Jurade de Saint-Émilion)' 기사 작위를 얻었다. 이마트는 이미 2008년부터 매년 두 차례 큰 와인 장터를 열어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와인의 본산 프랑스가 최근 이처럼 계속 국내 바이어들에게 기사 작위를 주는 것은 바이어의 개인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인 점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와인 판매를 활성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이들 5명의 바이어들 모두 '와인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의 와인 매출 증가와 기사 작위 수여의 상관성을 부인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는 현재 와인 공급 과잉과 부진한 국내 수요로 해외 시장 매출에 크게 의존해야하는 상황이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2002년 70리터에 달했던 프랑스의 1인당 평균 와인 소비량이 2022년에는 47리터로 줄었다. 이에 프랑스 농무부는 지난해 와인을 자체 폐기하는데 2억1600만달러(당시 기준 약 2865억4600만원)를 책정했다. 와인 가격 상승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올림픽 규모의 수영장 100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의 와인을 버린 것이다.
 

기사 작위 받는 동안 국내 마트·편의점 매출은 '발그레'

 
와인 내수 부진을 겪는 프랑스가 국내 바이어들에게 기사 작위를 주는 기간 동안 국내 와인 판매량은 급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 중심이었던 국내 주류 시장에 와인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2021년 이후 이마트는 연간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마트 전체 주류 매출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8.8%, 2022년 35%으로 증가했다. 비록 지난해에는 고환율,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값비싼 와인의 판매 비중이 25% 수준에 그쳤지만, 여전히 매출 순위는 와인, 국산맥주, 소주 순으로 집계됐다고 이마트 측은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지난해 샴페인을 포함한 와인 매출이 2018년도 비해 두 배 늘었다"고 전했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19년 4만3500톤에서 2021년 7만6600톤으로 급증했다.
 
심지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편의점의 주류 판매가 늘면서 편의점 바이어도 프랑스 기사 작위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GS25 김유미 와인 바이어가 꼬망드리 기사 작위를 얻었다. 편의점 MD로서는 첫 수상자였다.
 

첫 기사 작위 인연, 업체 연속 획득으로 이어져 

 
국내 바이어들이 받은 기사 작위가 인연이 돼 다음 수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2019년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와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꼬망드리를 획득한 롯데마트 이영은 바이어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실제 2022년 11월 롯데마트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에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 소속 7개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대표들을 한 데 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르도 그랑크뤼 연합은 1973년 설립된 단체로 프랑스 와인의 우수성과 프리미엄 등급 와인 '그랑크뤼'의 품질을 알리기 위해 매년 여러 나라에서 시음회를 진행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1년 반 뒤 김웅 주류팀장의 기사 작위 수여로 이어졌다.
 
김욱성 와인칼럼니스트는 "바이어 개인의 실력이 뛰어나서 기사 작위를 주는 사례도 있지만, 특정 업체에서 많은 와인을 구입하면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를 주는 경우가 있다"며 "업계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추천서도 수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꼬망드리 와인 기사 작위는 프랑스 와인 중개상을 뜻하는 '네고시앙'이 추천한 사람이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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