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기사 A씨가 사고 당시 촬영한 사진. A씨 제공"힘들게 일하고 있었는데 수개월째 변상해주는 것도 없고 정말 힘듭니다."
10일 화물차 기사 A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A씨는 지난 2월 전남 완도 해상에서 발생한 '화물선-LNG 운반선 충돌 사고' 당시 화물선에 타고 있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18톤급 화물차 앞 범퍼와 뒤쪽, 물건 싣는 부분, 냉장기관 등이 파손되면서 1450만여 원의 피해가 나왔다. 하지만 3개월 가까이 선사 측에서 보상해주지 않고 있다.
제주항과 전남 녹동항을 오가는 해당 화물선에 화물차를 싣고 수개월간 감귤과 농산물을 배송해왔다는 A씨는 "당장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 수술비로 차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사고 직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차 수리 기간 보름 정도 일도 못했다.
A씨는 "저희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산다. 매달 차량 할부금과 지입료를 내야 하는데 보름 동안 일을 못하면 타격이 크다. 영세하기 때문에 몸이 아파서 병원치료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모습. 빨간 원이 과승운항으로 적발된 A호. 완도해양경찰서 제공
상황이 이런데도 선사 측에서는 보상과 관련해 수개월째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
A씨는 "교통사고 나도 이렇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불법 운항하다 사고를 냈으면 생계와 직결된 피해 부분은 보상해주는 게 맞지 않나. 위로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며 분통해했다.
"나중에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는데 보험이 가입돼 있는지도 의문이다. 수차례 선사 담당자에게 변상을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다. 사무실에 찾아가서도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화물선에는 최대승선인원을 초과해 화물차 기사 41명이 탑승했다. A씨 차량뿐만 아니라 다른 화물차들도 파손됐는데, 3개월 가까이 일부에게만 병원비를 보상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 B씨도 "사고 충격으로 차량 앞부분이 파손됐다. 여태껏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서 파손된 채로 차를 몰고 있다. 보험 처리를 해준다는데 처리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보상 계획에 대해 해당 선사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충돌로 선체가 찢겨진 LNG운반선. 완도해양경찰서 제공앞서 지난 2월 17일 오전 4시 20분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남서쪽 약 6㎞ 해상에서 제주선적 화물선 C호(5900t급)와 파나마선적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D호(9000t급)가 충돌했다.
해경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과 '자동조타'다. 당시 화물선 C호 선장이 졸음운전을 하고 있었으며, LNG운반선 D호의 경우 자동 항해를 하다 두 선박이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선 C호의 경우 당시 과승 운항을 하고 있었다. 선박검사증서에 적힌 최대승선인원 수보다 20여 명 더 많게 배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화물차 고정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선 C호는 사고 당시뿐만 아니라 수개월 전부터 상습적으로 과승 운항을 해왔다.
해경이 지난해 12월부터 사고일인 2월 17일까지 A호 승선원 명단과 최대승선인원,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대조한 결과 불과 3개월 사이 3400여 명이 배에 더 탔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업무상 과실선박파괴와 업무상 과실치상,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제주지역 모 화물운송업체 직원과 선장 등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광주지검 해남지청에서 수사하고 있다.
[반론] 전남 완도 해상 화물선-LNG운반선 충돌사고 관련노컷뉴스는 지난 2월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주선적 화물선과 파나마선적 LNG 운반선의 충돌 사고의 원인과 화물차 기사에 대한 피해보상 지연의 문제점에 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선적 화물선 측은 "화물선이 과승 운항한 사실은 있으나 다만 해당 충돌 사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화물차 기사에 대한 손해배상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