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vs 삼성, HBM 주도권 두고 연일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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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내년 생산분까지 완판" vs 삼성 "AI 2라운드 우리가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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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연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시장의 주도권을 쥔 하이닉스는 "경쟁사들도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HBM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주도권의 고삐를 당겼다.

HBM 시장에서는 하이닉스보다 늦었다고 평가 받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제품을 한 발 앞서 공개하는가 하면 물량과 종합 반도체 역량을 내세우며 하이닉스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인데, 국내 반도체 빅2가 하루가 다르게 관련 발표를 쏟아내며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SK "HBM, 내년까지 거의 완판" vs 삼성 "올해 공급, 작년의 3배"

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며 시장 지배력을 과시했다.

HBM은 D램을 수칙으로 쌓아올려 용량과 대역폭을 늘린 제품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고안된 대표 AI 메모리다. 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BM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삼성전자는 생산능력 확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부문 김재준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며 "해당 물량은 고객사와 공급 협의까지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에도 올해 대비 최고 2배 이상 (HBM을) 공급할 예정으로 해당 물량에 대해서도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HBM을 담당하는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2일 오전 공개된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에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예상되는 총 HBM 매출은 1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HBM 관련 매출을 묻는 질문에 대해 "같은 기간 (하이닉스의) 누적 매출액이 100억(달러)대 중반이 될 것 같다"며 "백 수십억 달러 중반 정도의 규모"라고 바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삼성 "HBM3E 12단 제품, 2분기 양산" vs SK "12단 제품, 3분기 양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세대 HBM 제품에 대한 두 회사의 경쟁도 치열하다.

앞서 지난 2월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처리 용량이 업계 최대 수준인 36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고용량 제품이다. 다만 개발 성공을 알린 뒤 양산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 컨콜)에서 "HBM3E 12단 제품은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거친 다음에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닷새 뒤인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컨콜에서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2분기 내에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경계현 부문장(사장)은 최근 사내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구성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하이닉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곽노정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리더십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며 컨콜에서 밝힌 일정보다 양산 일정을 당겼다.

HBM 로드맵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며 삼성전자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SK " MR-MUF, 고단 적층 적합" vs 삼성 "TC-NCF, 수율 극대화"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HBM 제작 방식을 두고도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HBM 제작시 하이닉스는 MR-MUF(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 방식을, 삼성전자는 TC-NCF(비전도성 접착필름) 방식을 활용한다.

삼성전자 김경륜 상무는 D램을 12단으로 쌓은 고적층 제품이 8단 제품을 대체해나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12단 HBM이 상용화되면 빠른 속도로 주류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며 "이 제품을 쓰면 적은 수의 AI 서버로도 동일한 LLM(초대규모언어모델)을 서비스할 수 있어 기업들의 총소유 비용을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가 언급한 주류 시장은 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HBM3E 8단 제품이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후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제품은 주로 8단이고, 12단 제품은 고객이 요청하는 일정에 맞춰서 개발을 완료할 것"(올 1분기 실적 컨콜)이라고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 D램개발실 윤재윤 상무는 "HBM은 제품 세대별로 일정 이상의 두께를 넘어설 수 없어 많이 쌓을수록 코어다이의 두께는 얇아지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칩의 휘어짐이나 깨짐 현상으로 조립 난도가 높아지고 열저항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 TC-NCF 기술을 통해 소재의 두께를 낮추고 칩 간격을 줄였고 동시에 신호 특성이 필요한 곳은 작은 범프를, 열 방출이 필요한 곳은 큰 범프를 목적에 맞게 적용했다"며 "이 덕분에 열특성을 강화하면서 수율도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가 차용한 방식의 단점을 언급한 것인데, 하이닉스는 즉각 반삭했다. 

곽노정 사장은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MR-MUF 기술이 하이스택(High Stack)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우리는 어드밴스드 MR-MUF기술로 이미 HBM3 12Hi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며 "MR-MUF 기술은 과거 공정 대비 칩 적층 압력을 6% 수준까지 낮추고, 공정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4배로 높이며, 열 방출도 45% 향상시켰는데 어드밴스드 MR-MUF기술은 기존 기술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열 특성을 10% 더 개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어드밴스드 MR-MUF는 칩의 휨 현상 제어(Warpage control)에도 탁월한 고온.저압 방식으로 고단 적층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라며 "16단 구현까지 순조롭게 기술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K 최고수장, AI반도체 큰 손 접촉하며 지원사격

삼성그룹과 SK그룹 수장들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 가동해 지원사격에 나선 상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혁신의 순간"이라고 언급했다.

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은 간담회에서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각 고객사, 협력사와 긴밀하게 구축돼 있는 것이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공을 최 회장에게 돌리기도 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지난해 5월 미국 출장길에 황 CEO와 만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빅2의 이런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의 급격한 팽창이 예고되는 만큼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하이닉스도, 후발주자가 된 삼성도 회사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사 모두 HBM 사업에 집중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공정의 차이나 방점을 찍는 지점 등이 미세하게 향후 시장의 향방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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