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 4160명이 기억 대합창 중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던지고 있다. 안산=황진환 기자"10년이 지났는데도 어른들은 움직이지 않으니 저희라도 행동해야죠. 앞으로 저희가 살아갈 사회니까요."
16일 오후 3시 세월호 참시 10주기 기억식이 열린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만난 한지형(17)군은 이같이 말했다.
제주도에 있는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한군은 다른 학생 27명과 함께 지난 9일 배를 타고 목포항으로 건너왔다. 이후 자전거를 타고 7일 밤낮을 달려 이날 화랑유원지에 도착했다. 자전거로 5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기억 속에 잊혀져가는 세월호를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꺼내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한군은 "아무것도 몰랐던 10년 전에는 나같은 아이는 가만히 있어도, 어른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줄 거라고 기대했다"며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바뀌는 게 없었다. 결국 내가 살아갈 미래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세월호 참사를 알리면서 안산에 왔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눈물…3천여명 추모 동참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16일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진행되고 있다. 안산=황진환 기자이날 기억식은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 250명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식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노란리본을 달고 기억식을 찾은 유가족들은 그리운 이름이 호명되자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일반 시민들도 유가족과 슬픔을 나누듯 같이 눈물을 흘렸다.
기억식에는 주최 측 신고인원 2500여명보다 많은 3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두 자녀와 기억식을 찾은 김미정(46·여)씨는 "기억식에 가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먼저 가보자고 이야기를 꺼냈다"며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추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세월호 희생자 추모…김동연 지사 "세월호 교훈, 끝까지 기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안산=황진환 기자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이 참석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이민근 안산시장도 자리를 지켰다.
단원고 희생자 이름 호명이 끝나자 김 지사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10년 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세월호의 교훈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권고한 12가지 주요 권고 중 중앙정부는 현재까지 단 1가지만 이행했다"며 "책임 인정, 공식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모두 하지 않았다. 세월호 추모사업, 의료비 지원 등 정부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고, '4·16 생명 안전 공원'도 비용·편익 논리에 밀려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우리 사회에 '안전'과 '인권'의 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며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세월호의 교훈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추도사에 이어 단원고 희생 학생들과 1997년생 동갑내기인 김지애 씨가 친구들에게 보내는 기억편지를 낭독했다.
김씨는 "이 사회가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든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일어나는 참사가 분명 또 우리를 집어삼키리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가 하루를 평안히 보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듯이 별이 된 친구들도 하고 싶은 꿈을 펼치면서 평안히 탈 없이 지내고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창근 가수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고, 박원상 배우가 정호승 시인이 쓴 세월호 10주기 추모식을 낭독했다.
이날 기억식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