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야탑역 앞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4·10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은 막판 결집에 나섰지만 판세를 뒤집을 만한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준혁·양문석 후보가 논란을 일으킨 것을 놓고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권심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조심판론'으로 맞대응했고, 민주당이 불러 일으킨 논란을 비판하는 것 외에 여당의 이점을 살린 이슈를 발굴하지 못했다.
이는 총선 판을 지휘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한계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결국 선거 전략의 핵심 요소인 인물과 이슈 측면에서 파괴력 있는 무기를 내세우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당초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촉발된 야권의 분열 기류가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차단되면서 구도 측면에서도 불리한 형국에 놓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4·10 총선 목표 의석수로 "120석에서 140석"이라고 밝혔다. 김경율 당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으로서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악재들을 모두 다 해소했다. 저희로서는 악재는 다 털었고 민주당의 악재만 남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준혁·양문석 후보의 여성 혐오 발언·부동산 논란을 겨냥해 "자신들의 지지층은 김준혁 막말 사안과 양문석의 탈법 사안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건데, 과연 중도층과 수도권 민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치화해 본다면 2~3%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홍석준 선대위 상황실 부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서울 도봉, 강동, 양천, 서대문 지역 등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저희 자체 분석"이라며 "낙동강 벨트에서도 김해, 양산, 북·강서, 사상구를 중심으로 박빙 우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당내에서는 좀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범야권이 200석을 차지하면서 개헌 저지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라면서도 지난 총선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최저 110석, 최대 120석'을 바라보는 분위기다. 수도권과 PK(부산·울산·경남) 격전지에서 우위를 점한 곳이 드문 데다가 오히려 보수세가 강한 일부 지역구는 박빙세로 접어든 형국이다.
이를 놓고 "중도층 잡기에 연연하다 집토끼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도층은 대선 국면에서는 중요하지만 총선에서는 '허상'"이라며 "당 지도부가 (5·18 망언으로 공천 취소된) 도태우 전 후보 뿐만 아니라 제주 4·3 추념식을 놓고도 수세적으로 반응하기에 급급했다"고 평가했다.
보수 핵심 지지층에서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민간인 희생을 인정하면서도 공산 진영의 폭동이라는 인식도 존재하는데 이같은 속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동훈 위원장이 추념식에 불참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스탠스를 취했다는 평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토끼(핵심 지지층)도 산토끼(중도층)도 모두 놓쳐버렸다"며 "자유통일당이 '지지율 5%'를 넘어섰다는 건 극성 지지층 일부가 넘어가 버렸다는 뜻"이라고 탄식했다. 통상 3%(비례대표 정당 선거비용 보전 득표율 기준)도 넘지 못했던 자유통일당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5%까지 넘어선 상황이다.
이번 총선판을 지배한 정권 심판론을 좀처럼 불식시키지 못한 것 역시 비관적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부터 이종섭 전 호주대사를 둘러싼 도피성 출국 논란까지 당 지도부가 정부와 뚜렷하게 선을 긋지 못한 측면도 있다.
박종민 기자일각에서는 정권 심판론을 불식시킬 만한 스타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동 선대위원장(나경원·안철수·원희룡·윤재옥) 중 텃밭에 지역구를 둔 윤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지역구 생환에 주력하면서 '공공전'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가운데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으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발탁한 것 역시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비례대표 후보나 영입인재 중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가 없는 것 역시 집토끼를 유인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미래는 이종섭발(發) 2차 당정 직후 후보 순번을 놓고 다시 한 번 내홍을 겪었다. 이철규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미래는 비례대표 순번을 재조정했다.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13번)과 이달희 전 경북 경제부지사(17번)는 애초 명단에 없거나 후순위 배치됐다가 각각 호남과 당직자 출신 배려 명분으로 당선권에 안착했다. 2~7번엔 한동훈 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들로, '탈북 공학도'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최수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김건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이 포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나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국민의힘이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