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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디스크에도 이 악문 양효진 "챔프전은 8년 만, 즐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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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양효진. 한국배구연맹현대건설 양효진. 한국배구연맹베테랑 미들 블로커 양효진(35·현대건설)이 목 디스크 통증을 딛고 투혼을 발휘했다.

현대건설은 2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존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포스트 시즌(PS) 챔피언 결정 1차전(5전 3승제)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 대 2(18-25 14-25 25-20 25-20 16-14)로 제압했다. 1, 2세트를 먼저 내줬으나 3세트부터 내리 이겨 짜릿한 리버스 스윕승을 거뒀다.

이날 양효진은 모마(37점·공격 성공률 40.48%)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6점에 공격 성공률 44.00%로 활약했다. 블로킹도 5개를 잡아내며 흥국생명과 높이 싸움에서도 힘을 보탰다.

시즌 막바지부터 나타난 목 디스크 증세를 참고 뛰었다. 양효진은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챔피언 결정전까지) 운동을 아예 하지 않고 계속 쉬었다"면서 "그러면서 조금씩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 리그 1위에 올라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현대건설은 챔피언 결정전까지 12일간 휴식을 취했다. 지난 26일 정관장과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마치고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선 흥국생명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유리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에는 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드러내며 1, 2세트를 먼저 내줬다. 양효진은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내 몸이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자책했다.

경기력이 안 좋았던 데 대해서는 "서로의 눈빛이 '우리가 이렇게까지 안 되나'라는 느낌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오히려 2세트가 끝난 뒤에는 힘을 뺐던 것 같다"면서 "어차피 1차전에서 끝나지 않으니까 계속 맞춰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밖에 쉬지 못한 흥국생명은 3세트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양효진은 "그때부터 서브가 잘 들어갔고, 공격 루트도 열리면서 조금씩 좋아진 것 같다"면서 "상대도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서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상대가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양효진은 "세세한 부분은 느끼지 못했고, 내 경기력만 생각했다"면서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 높이 싸움에서 밀렸다. 블로킹이 10개로 흥국생명(19개)보다 9개 적었다. 정규 리그 블로킹 1위(세트당 2.39개)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축 미들 블로커인 양효진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터. 그는 "블로킹에서 밀린다는 느낌보다 공격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마지막에는 리듬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챔프전에서 수치는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이기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2세트 중반 또 다른 미들 블로커 이다현과 위치를 바꾼 것이 주요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양)효진이가 (김)수지 앞에서는 성공률이 낮은데, (이)주아 쪽에서는 잘 나온다"면서 "(이)다현이도 모마를 살리려면 김연경을 데리고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효진은 처음에는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생각치 못한 전술 변화였다"면서도 "상대의 앞뒤 포지션도 헷갈렸지만 경기할 때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내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양효진과 김연경. 한국배구연맹양효진과 김연경. 한국배구연맹결국 '절친' 김연경(흥국생명)과 맞대결에서는 양효진이 웃었다. 하지만 양효진은 "(김)연경 언니와 맞대결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뭉쳐서 시즌을 치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 "마지막에도 모든 선수들이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경은 정관장과 PO 3차전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뒤 양효진과 일화를 전했다. 그는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양효진에게 연락이 왔다"면서 "언니를 응원한다고 했는데, 정관장을 응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양효진은 "우리는 우리 할 것이 급해서 누구와 맞붙을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내심 흥국생명과 맞붙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흥국생명에는 연경 언니가 있어서 워낙 강해 막기 힘들다. 수지 언니도 노련해서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연경 언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연경은 빡빡한 일정 탓에 지칠 법도 하지만 이날 팀 내 최다인 23점에 공격 성공률 42.55%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에 양효진은 "연경 언니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더라.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트로피 앞에서 양보는 결코 있을 수 없다. 특히 양효진에게 챔피언 결정전은 우승을 차지한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인 만큼 간절한 무대다.

양효진은 "챔프전을 가서 좋고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는 우승을 했지만 이후 계속 타이밍을 놓쳤다"면서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챔프전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려면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만큼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양효진은 "그런 생각을 버려야겠다고 오늘 더 느꼈다"면서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내가 어떤 것을 해야 될지를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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