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R&D 예산 절반 '뚝'…업체에는 대출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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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R&D 예산 4조 6천억 삭감…중기부도 4천억 줄어
예산 맞춰 인력·자재·기한 계획한 중소기업들 '날벼락'
"실험 10회 할 것 3회만" "결과물도 달라질 것" 성토
중기부, 대출 또는 연구중단 제시…"이게 대안?"

연합뉴스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R&D 지원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하면서 정부 지원이 절실한 영세 업체들이 연구 계획을 축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부족한 예산을 충당할 방안으로 '금융기관 대출'이나 '연구 중단'을 제안하자, 기업들 사이에선 무책임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올해 국가 R&D 예산을 26조 5천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31조 1천억원)보다 4조 6천억원이 삭감됐다. 정부는 관행적인 '나눠먹기'식 예산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이같이 구조조정 했다.

중기부 역시 지난해보다 4100억여원 줄어든 1조 4097억원으로 R&D 예산을 정했다. 이달 기준 20개 분야의 예산이 지난해 대비 50%씩 삭감됐다. 관련 예산으로 연구를 진행중인 기업들은 2500여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기업 수천여 곳이 연구 개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연구 예산 절반으로…"실험 10회 할 것 3회만"

중소벤처기업부 제공중소벤처기업부 제공
특히 지난해부터 실험을 진행해 온 기업들은 피해가 더 크다. 통상 2년 이상 진행되는 R&D 연구 특성상 실험·기간·인력 등 미리 정해놓은 조건에 맞춰 진행해야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인력 감축이나 자재 절감 등 환경이 달라졌고, 당초 예상했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기부의 환경 관련 연구 과제를 따낸 A업체의 경우, 3년간 5억원을 지원받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난해에는 2억원을 받았고 올해 역시 2억원을 지원받아야 하지만, 예산이 절반으로 깎이면서 급하게 자재나 인건비 등을 줄였다.

더욱이 실험 횟수를 줄이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연구 결과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A업체 관계자는 "예산이 반으로 줄어들면 실험 10회 할 것을 3회만 하게 되고, 그만큼 목표 수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필수 자재만 유지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지원 또는 연구중단…"이게 대안? 울며 겨자먹기"

중소벤처기업부가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제시한 지원방안. 중소벤처기업부 제공중소벤처기업부가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제시한 지원방안.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기부가 줄어든 예산을 충당할 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업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가 제시한 방안은 '금융기관 대출'이나 '연구 중단'. 중기부는 기업들이 연구비용을 확보할 수 있게 융자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중기부는 대출이자를 최대 5.5%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제시한 지원방안. 중소벤처기업부 제공중소벤처기업부가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제시한 지원방안.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또 진행중인 연구를 중단하더라도 패널티를 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정부 예산으로 R&D를 진행하던 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를 포기할 경우에는 예산을 전액 돌려줘야 하고, 향후 3년간 사업 참여도 제한된다. 다만 이번 예산 삭감 여파로 연구를 중단할 경우엔 이런 제재를 면책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 대안이라고 성토한다. 기존에 투입한 인적·물적 비용이 있기 때문에 빚을 지고서라도 연구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기부 R&D 사업에 참여해 소재 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 B연구소의 경우, 연구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연구에 투입한 인력과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중기부가 제시한 금융기관 대출 역시 부담이다. B연구소는 이미 다른 부처의 R&D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예산이 삭감돼 또다른 자금 마련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B연구소가 진행중인 한 R&D 사업 중에는 예산이 85% 삭감된 것도 있다.

B연구소 관계자는 "기존 연구계획이 100까지였다면 예산 삭감으로 15까지만 연구 범위를 줄여서 진행하기로 했다"며 "올해만 어떻게 버티면 내년에는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고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은 최소 1년 이상 R&D 사업을 진행해왔을 텐데, 그간 연구 기록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나"라며 "그렇다고 수억원 빚을 내기도 쉽지 않은데 그걸 마치 대안이라고 내세우니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년도 R&D 예산 확충"…업계는 '냉담'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R&D(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R&D(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구나 선도기술 연구에 투자를 늘리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인프라 구축도 돕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재 예산 부족을 겪고 있는 기업이 아닌, 내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R&D 사업에만 지원이 확충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에선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R&D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지원이 끊겨 R&D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예산이 주어지는 범위에서만 연구를 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결국 예산이 100% 지원되는 1년 단위 정도 사업만 유지되고, 장기간 연구가 필요한 사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짚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예산 삭감과 관련해 기업들의 융자지원이나 연구과제 중단 시 제재 면제 조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해 연구를 시작해 올해 중단되는 개발의 경우, (예산 삭감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연구기한이 유예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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