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박근혜에 '구애'…수도권위기론 속 '명분'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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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할 맛 안 나는 대구…韓 다독이기 나섰지만
수도권 후보들 "대구와 정서 달라"
중도층 표심 이미 야권에 쏠려
尹과 차별화 실패…이종섭 문제도 뒤늦게 이의 제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았다. 4·10 총선을 15일 앞두고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보수층 결집에 나선 행보다.

하지만 전략적 효과와 명분, 양 측면에 대해 당내에서는 의문이 뒤따른다. 우선 '수도권위기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중도·무당파를 유인할 이벤트가 되느냐"는 의문이 존재한다. 두 번째는 한 위원장이 그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에 '범죄자' 프레임을 씌웠던 전략의 진정성은 "레토릭(수사법)에 불과했던 것이냐"는 시각이다.

박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됐다.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입장에선 한 위원장의 예방은 수도권 민심과 괴리된 채 강성 지지자만 바라보는 '명분 없는 정치'에 해당한다. 반면 정치적 명분을 제거하고 나면 만남 자체는 부적절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한때 검사로서 수사를 담당했던 관계인데, 과거 피의자를 만나 조력을 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만난 尹, 韓도 면담…'확장성' 한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이날 대구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30분 동안 면담했다. 함께 배석한 유영하 변호사는 "지금 경제도 어렵고 나라가 많이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뜻을 모아서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방문은 토라진 대구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당 공관위가 5.18민주화운동 망언으로 도태우 전 대구 중·남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면서 대구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9일 "이번 선거는 투표하러 갈 맛 안 난다. 정체불명 공천을 하면서 무조건 찍으라고 하고"라며 대구 민심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수도권에 출마한 후보들의 반응은 "답답하다", "(지지율 반등) 효과가 크게 있겠느냐"로 압축된다.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것은 보수층 결집이 덜 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집권 여당으로 옮겨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수도권 민심과 대구·경북 지역 민심이 다른데 이를 간과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홍형선 후보(경기 화성갑)는 "(한 위원장의 대구행이) 공천 취소로 마음이 상한 텃밭 표심을 다독이며 TK보수 결집의 효과는 분명 있지만, 수도권과 대구 정서는 같지 않다"며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해 지도부가 수도권 곳곳을 누벼주면서 보수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23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만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응답률은 대구·경북에서 46.1%, 서울 44%, 경기·인천에서 32.5%였다. 민주당은 각각 41.4%, 43.2%, 53.8%였다. 자신의 정치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 중 52.2%는 민주당을, 28.2%는 국민의힘을 찍겠다고 답했다. 중도층 표심이 점점 민주당에 쏠리고 있는 것.

야권에 기운 중도층 판세는 현 정부의 실정에서 비롯했다는 것에 당내에서도 큰 이견은 없지만,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선을 긋기보다 오히려 닮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박 전 대통령을 찾아 '결집'을 호소했다.

지난 1월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논란이 촉발됐을 때에만 해도 한 위원장은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직후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도는 갤럽 조사(5~7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4%로 나타나 이재명 대표(23%)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종섭 호주대사의 출국 논란과 대통령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소통수석의 '회칼 발언'으로 빚어진 2차 당정갈등 양상은 달랐다. 한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 대사는 귀국했고 황 전 수석은 사의했지만 '수도권 위기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한 요청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당초 한 위원장은 이 대사의 출국에 대해 "제가 사안을 잘 모르니까 당 대표로서 말씀드릴 부분은 아니다"고 했었던 것 역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대목이다.  

처방은 물론 진단을 놓고도 수도권 후보들과 당 지도부 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거리를 둬야 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 지지율이 부족한 것은 어느 누구, 어느 한 쪽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여당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높은 기대가 있는데 그런 기대에 다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은 "중도층도 멀어졌지만 보수도 못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잡기 쉬운 것부터 잡아보자'는 것인데 효과는 크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직접 수사했던 피고인에 지원 요청…韓, '자기부정' 늪 빠져

지지율 반등에 즉각적인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한 위원장이 그동안 해 온 말과도 다소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의 정치적 자산은 법무부장관으로서 법치를 강조해 오면서 쌓였다. 앞서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에 파견되기도 했다.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일주일에 최대 사흘씩 법정에 서야 하는 '피고인' 이재명 대표나 항소심에서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조국 대표와 대조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날 자신이 직접 수사했던 피고인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면서 한 위원장만의 장점이 흐릿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한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을 구형한 장본인인 만큼 '자기부정'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황진환 기자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황진환 기자
한 위원장은 지난 25일 "'국민들이 조국·이재명 대표의 범죄를 망각하는 것 같다'고 (본인이) 지적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러 가지 않느냐. 특검에 참여했고 박 전 대통령은 유죄까지 받았는데 수사할 때와 입장이 바뀐 게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또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정색했다. 이어 "사면받은 내용 다 알고 계시지 않느냐"며 "박 전 대통령께서 이 대표처럼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하고 계신가. 정치인으로서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이튿날에도 '중도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 지적에 대해 "당의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그때 그때 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예방이 중도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텃밭'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국이 격전지"라며 "저희의 약속과 결의를 보여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중도층에 대한 '한동훈만의 소구력'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한 것은 물론 탄핵으로 직에서 물러난 박 전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하면서 민주당에 대해 "범죄자 집단"이라고 강성 비판을 해봤자 단순한 대야(對野) 메시지일뿐 이전과 같은 설득력은 없다는 뜻이다.

용인대 최창렬 특임교수는 "한 위원장이 중도층에 호소를 해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이 무슨 의미겠느냐"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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