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충북대를 방문한 19일 의대 교수들과 의대생들이 대학 본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범규 기자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한달 째에 접어들면서 의료체계는 그야말로 붕괴 위기까지 내몰렸다.
집단 수업 거부에 나선 의대생에 이어 교수들까지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북대학교를 방문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19일 충북지역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을 거부한 지 벌써 한 달.
전공의 151명 가운데 149명이 집단 이탈한 충북대병원은 전문의와 교수들을 투입한 비상진료체계로 전환했지만, 의료 대란을 막기엔 역부족인 현실이다.
병상 가동률과 수술 건수는 평소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의료진의 누적된 피로도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
충북대의 경우 의대생 240여 명이 수업 거부에 나서면서 이달 말 집단 유급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충북대를 방문한 19일 의대 교수들과 의대생들이 대학 본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최범규 기자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충북대를 찾아 총장과 의대 학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학생들의 조속한 복귀를 위한 설득을 당부했다.
이 장관은 "우리 소중한 인재인 의과대학 학생들이 피해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배움의 장이 흔들리는 위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헤쳐나가는 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마저 의료 현장을 떠나면 국민들의 기본적 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교육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표현한다면 애타게 배움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생들과 교수 등 50여 명은 대학 본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이 장관을 향해 의대 증원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이 장관의 방문에 앞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이 이들에게 악수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특히 의대생들은 유급 처분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충북대 의대 이준성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1년을 쉴 각오로 정당하게 휴학원을 제출했다"며 "정상적인 의지를 대학 측이 독단적으로 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충북대를 방문한 19일 의대생들이 대학 본부 앞에 붙인 결의문과 요구문이 대형 화분으로 가려져 있다. 최범규 기자
더구나 의대생들은 최근 본부 앞에 붙인 규탄문과 입장문이 이날 이 장관 방문에 앞서 대형 화분으로 가려진 모습을 보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의대생은 "오늘 오전까지 화분은 없었고, 장관이 방문한다고 하니 일부러 가려놓은 것 같다"며 "학교 측의 속 보이는 행태가 한심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에 대한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자들에 대한 사법절차를 막기 위한 교수들의 연대 행동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충북대 의대와 충북대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교수 23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188명)의 82%가 '사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 즉 제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시점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하고, 시기와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 결국 환자들만 병원 밖으로 내몰리는 형국이 장기화하면서 의료체계를 다잡아야 한다는 공동의 전제마저 무색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