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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무너지나?…국제 바칼로레아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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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외국 비영리 민간 교육기관…스위스 제네바에 본부
비판적 사고, 창의성, 에세이 숙제, 논·서술 평가 특징
정부 국책 사업에서도 IB, 교육청도 자진 이식 중
학교당 연회비만 1300만 원…세금으로 수입
제주 표선고 1기 IB 졸업생 개교 최고 입시 성과
전북교육청, "우선 도입…자체 개발이 장기 목표"

국제 바칼로레아(IB) 홈페이지 화면. IB 홈페이지 캡처국제 바칼로레아(IB) 홈페이지 화면. IB 홈페이지 캡처
전국의 교육청이 앞다퉈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외국의 비영리 민간 교육기관인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에 돈을 내고 교육 프로그램을 수입한다.

외국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까지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인데, 결국 우리의 '공교육이 부실하다는 것'과 '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국제 바칼로레아?…토론·에세이·논술 기반

IB 교육 프로그램은 토론식 수업을 기반으로 비판적 사고 창의성 강조하고, 에세이 숙제와 논·서술 평가가 특징이다.

IB 프로그램은 외교관과 해외 주재원같이 국가 이동이 잦은 직업을 가진 부모의 자녀에게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대학 입학 자격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제 바칼로레아 본부는 비영리 기구로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1968년 설립됐다.

IB의 교육 프로그램은 네 가지로 Primary years programme(3~12세), Middle years programme (11~16세), Diploma programme(16~19세), Career-related Programme(진로 과정)이다. 한국의 고교에 도입되는 IB 프로그램은 16~19세가 대상인 디플로마 프로그램이다.

디플로마 프로그램은 IB 자격증을 취득하는 교육과정이다. IB 자격증을 인정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IB 성적으로 대학 입학시험을 대체할 수 있다.

IB 프로그램의 이념과 목적은 국제적 소양 함양과 개방성, 타인과 상호연결성, 탐구심, 배려심이다. 수업 특징은 토론과 발표, 최대 4천 단어 분량의 에세이 제출, 논·서술 평가다.

IB 본부 홈페이지상에 한국에서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학교는 총 43곳이다. 실제 그 수는 더 많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전북의 순창고등학교와 전주온빛중, 전주효문중, 익산부송중, 원광중, 용북중, 화산중, 전주아중초, 이리백제초, 영만초가 나이에 맞는 IB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제 바칼로레아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IB 홈페이지 캡처국제 바칼로레아가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IB 홈페이지 캡처IB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전북교육청 제공IB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전북교육청 제공

교육청까지 나서서 IB 프로그램 도입…전국 확산

다수의 광역·기초 지자체정부의 국책 사업에서도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상황이다. 교육청 또한 자진해서 IB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이식하고자 한다.

IB 프로그램은 국제학교와 외국인학교, 자율형 사립고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2019년부터 대구와 제주가 IB를 공교육으로 끌고 왔다. 불과 몇 년 사이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학교가 전국에서 우후죽순 솟아나고 있다.

정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지정에서도 대구와 경북, 전북, 전남, 제주, 강원, 서울 동두천 등은 IB 프로그램을 확대 또는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또 전국 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 2월 22일 IB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전북, 전남, 충남, 대구, 제주교육청이다. 이 업무협약으로 7개 교육청은 IB 본부와 협력, IB 도입 우수 사례 교류, IB 운영을 위한 교원 연수에 협력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서울과 인천, 전북, 충남 등 4개 시도교육청은 IB 본부와 협력각서(MOC)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와 서울, 인천, 전북, 충남교육청이 IB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대구와 서울, 인천, 전북, 충남교육청이 IB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인증에 수천만 원…공교육 변화 필요하다는 증거

교육당국의 이러한 행정은 IB 프로그램이 IB 졸업 학점이 필요한 학생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도 확대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우리의 공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선 수천만 원의 수수료와 인증료를 IB 본부에 지불해야 한다. IB 후보학교 신청에는 6백여만 원이 든다. 후보학교 연회비와 컨설팅 비용은 약 1천 3백만 원이다. 인증을 받고 나서도 프로그램에 따라 1천~1천 3백만 원의 연회비를 지불한다. 수험료는 별도다.

버젓이 공교육이 있는 한국 사회가 교육기관이지만 외국의 민간기구에 불과한 곳에 세금을 내면서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것이다.

또 IB 프로그램이 대학 입시에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3년 전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제주의 한 고등학교는 '입시에서도 IB 프로그램이 통한다'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지난 2021년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제주 표선고의 IB 디플로마 1기 졸업생들은 개교 이래 최고의 입시 성과를 냈다. 표선고는 2024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 합격자를 배출했다. 수도권 대학과 과학기술원, 지역 거점 국립대에 합격한 학생들도 80명이다.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쓰더라도 IB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고 대학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면, 우리의 공교육을 바꿔야 한다. IB 프로그램은 특정 학생을 위한 대안으로 남겨두고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과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 비판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또한 장기적으로 우리의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IB 프로그램을 우선 제대로 운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그 뒤)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IB를 경험하고 그 장점만 취사선택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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