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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30…정권 심판이냐, 거대야당 견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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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프레임 충돌…'尹 정부' 중간평가 vs '거대 야당' 견제
국민의힘 '운동권 청산' 이어 '종북 숙주론'…'여소야대' 종식 목표
민주당 '정권 심판' 총력전…과반 확보해야 '정권 탈환' 발판 마련
수도권·충청권 격전지 승패 관건…'조국신당 부상' 비례투표 변수

윤창원 기자 윤창원 기자 
4·10 총선은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와 국회 과반 의석을 장악한 야당을 견제하는, 상반된 두 명분이 충돌하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의 목표는 과반 의석 확보를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청산하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을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운동권 심판론'을 주장했고, 최근 '종북 숙주론'을 제기하는 등 진영 대결의 프레임을 내걸고 있다.

민주당 역시 과반 의석 확보 등 다수당 위치를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21대 국회에 이어 22대에서도 입법권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해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11일 총선이 30일 남은 가운데 거대 양당은 공천을 마무리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원내 다수당, 더 나아가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한 정면 대결의 막이 올랐다.
 

與 '국정 탄력' vs 野 '정권 심판'…프레임 충돌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통해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입법으로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후반부 윤석열 정권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회 권력에서 밀려 '시행령(대통령령) 통치'라는 비판을 받아야했던 정부 입장에선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선거를 치른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한동훈 체제'가 공고하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차례 부딪히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수당이 되면 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박수갈채가 뒤따를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가운데, 대선 주자로서 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강화되는 시나리오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정부의 정권 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의석수 목표치를 151석으로 잡았다. 1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우리가 1당이 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이고, 좀 욕심을 낸다면 151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자체 위성정당 등과의 비례연대를 통해 최소 과반을 해야 입법권으로 현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이 대표로선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간 내홍이 불거지면서 이 대표에게 등 돌린 당내 인사가 많다.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그중 한 명이다. 이 대표의 총선 성적표에 따라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을 다시 친명(親이재명)계가 쥘지, 비명(非이재명)계로 교체될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는 3년 뒤 차기 야권 대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與 지지율 '우세', 野 '공천파동' 악영향…3월 중순 판세 중요

 
    선거를 한 달 앞둔 판세는 당 지지율을 기준으로 일단 국민의힘의 '우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 37%로 31%를 기록한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 비율은 39%로 직전 조사(지난달 27~29일)와 같았다(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4.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거대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처음부터 벌어졌던 건 아니다. 한국갤럽 기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 첫째 주까지의 정당 지지율 추이를 보면 국민의힘은 33~37%, 민주당은 33~35% 범위에서 큰 변동 없이 소폭 등락을 반복해왔다. 이 기간 양당 지지율 격차가 3%p(포인트)를 초과해서 벌어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공천 내홍이 본격화한 지난 2월 셋째 주가 변곡점이었다. 2월 셋째 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37%, 민주당 31%로 6%p 차로 벌어졌고 이후 다시 좁혀지는가 싶더니 민주당에서 '임종석 컷오프' 등에 대한 여파로 홍영표, 설훈 등 비명계 중진들이 탈당을 본격화하면서 3월 첫째 주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역시 2월 첫째 주부터 꾸준히 상승 추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추세는 양당이 경선을 치른 와중이었던 만큼 표본의 추출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3월 중순 이후 정권심판과 국정뒷받침 여론 중 어느 쪽에 힘이 실리는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자당 공천은 '시스템'…상대 당엔 '사천' 비판

 
용인 찾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용인 찾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이 거야(巨野) 심판론 속에서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 세력을 청산해야 할 기회라고 강조한다. 물론 임종석 전 실장 등 일부 86(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 인사가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조정식·이인영·윤건영 의원 등 운동권 출신 인사 중 다수가 공천을 받았다. 또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진보당 등 옛 NL계열 운동권 출신들이 포진한 것에 대해 "민주당을 숙주로 종북 세력이 국회에 들어오려 한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대표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사인 김동아 예비후보가 청년 공개 오디션에서 탈락한 뒤 서울 서대문갑 3인 경선 기회를 부여받은 것과 관련해 "지금 저 공천을 민주당 내부 사람들조차 정상적인 공천이라 생각하겠나"라며 "저는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희가 더 분발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꼭 이겨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최근 공천 작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재명 대표가 직접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정권심판론'에 말 그대로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SNS 활용해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 메시지를 내는 것은 물론, 지난주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이제는 자신의 지역구 경쟁자가 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겨냥해 양평고속도로 의혹 현장을 찾아 정부 실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양평고속도로를 신호탄으로 이번 주에는 충청권을 찾아 충남 천안갑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겨냥해 채상병 의혹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소재한 대전 유성을도 찾아 정부의 R&D 예산 삭감 논란 등을 집중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울 예정이다. 이 대표는 주말인 10일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니라 반국민세력 국민의힘과 국민의 대결"이라며 "심판의 날을 향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이기는 선거전을 시작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패 분수령…지역구 수도권 승부, 비례 '조국신당 부상' 변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가 5일 오전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오른쪽)가 5일 오전 국회를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전국 상당수의 지역구에서 전통의 양자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이번 총선에선 제3지대 변수에 따라 3자 구도가 들어선 지역도 상당수 생겨나고 있다.

특히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낙천한 현역 의원 중심의 탈당파가 새로운 간판을 달고 출마하면서 박빙 구도인 수도권에서 야권 표가 분산될 우려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5선 설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을에, 3선 이원욱 의원은 이번 선거구 개편으로 신설된 경기 화성정에, 재선 조응천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갑에 출마한다. 이들 지역들은 당초 민주당이 의석을 보유했으나, 3자구도의 등장에 따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조국혁신당의 급부상도 큰 변수다. 민주당 입장에선 위성정당 표를 잠식할 수 있지만, 진영 간 대결의 측면에선 전체 비례 의석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어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결국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가 분리되는 '교차 투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구 후보는 민주당, 비례 후보는 조국혁신당에 표를 주는 현상을 통해 두 당이 연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국혁신당이 떴고, 새로운미래도 있고, 탈당한 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조국 대표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가서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찍고,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고 나올 수 있다. 이 대표가 조 대표와 연대하기로 한 건 굉장히 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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