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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공천이 이상하다'…한동훈 지도부가 정신차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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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치권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자 공천이 중반을 지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임종석 전 의원 등 현역이나 중진급이 무더기로 고배를 마신 민주당은 탈락자들의 반발이 분출하면서 후유증에 휩싸이고 있지만 국힘은 다수 의원들이 경선에서 생환하면서 의외로 잠잠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힘 지도부는 공천작업에 착수하면서 여러차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우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결과만 놓고 보면 '시스템이 현역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힘이 내세운 시스템 공천의 뼈대는 경쟁력이나 당기여도, 도덕성을 종합적으로 따지고 면접 점수를 합산해 적격자를 가려내는 프로세스로 구성돼 있다. 평가 항목 중 당 기여도 부분은 수치로 계량화되긴 하지만 공관위 구성원들의 주관이 어느 정도 개입될 여지가 있어 경선초기만 해도 현역 컷오프의 빌미가 될 것이라거나 신인 공천에서 승부처가 될 것이란 말들도 나왔다.
 
100점 가운데 40점이 배점된 '경쟁력'은 당내 후보간 당선 경쟁력보다는 상대당 후보와의 경쟁력을 놓고 평가가 이뤄지긴 하나 역시 승부처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지도부의 시스템 공천 발언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던 것도 사실이다. 물갈이 폭이 최소한 역대 선거 수준에 이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공관위가 내놓은 대구경북지역 경선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11개 선거구 경선에서 현역의원 대부분이 생환했다. '공천은 곧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경선승리는 곧 총선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대구 달서병 김용판 의원이 유일하게 패배한 현역의원이었다. 이 역시 개혁공천 내지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기 보다는 대구시장을 지내면서 정치적 입지가 커진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경쟁자로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대구중남구, 포항남울릉에선 경선 2차 전이 치러지지만, 정치신인들이 인지도나 당 조직장악 측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역의원의 벽을 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나 공관위 공천권 행사의 결과라고할 수 있는 이른바 '컷오프'는 적어도 TK지역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10%에 포함된 현역의원이 없어 무더기 경선이 결정됐을 수도 있다. 이를 두고 당내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들은 "지역 여론은 총선승리를 위해 물갈이 요구가 어느 때보다 드센데도 텃밭에서 무더기 경선을 선택한 건 지도부의 전략부재일 뿐아니라 공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과 같다"는 비판까지 쏟아냈다.
 
이 분위기 대로 라면 대구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동구을과 수성을 지역구 2곳과 아직까지 컷오프 또는 경선실시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동구갑, 북구갑, 달서갑 등 3개 지역구 전부가 교체된다고 가정해도 현역 교체비율이 50%, 절반만 교체될 경우 현역교체율이 30~40% 수준에 머물게 된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현역 교체 비율은 전국 평균이 43%, TK지역이 60%에 가까웠다.
 
현역교체가 곧 개혁공천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정치세력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옥석가리기'는 총선이 실시되는 고유의 목적이기도 하다.

대구지역은 선거때마다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몰아주고 지역구 의원 전원을 국회로 보내주는 다소간 이해하기 어려운 투표행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적표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구의 실정을 보자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다. 있던 기업들은 모두 수도권으로 떠나거나 폐업했다. 그래서 대구하면 떠오르는 대표기업 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이 한참이나 지속되고 있다. 대구의 건설 경기는 최악이다. 공급과잉에 집값이 떨어져 영끌족들은 아우성이고 상권이란 상권은 하나같이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떨어지니 가구, 인테리어 등 연관 분야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IMF에 버금가는 불경기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구 경제와 사회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적폐는 하루 이틀만의 일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시민들은 "뭐 한게 있다고, 때마다 표를 몰아준 우리 잘못이지"란 자조섞인 푸념을 한다. 여권 핵심부나 당 지도부는 그저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서문시장을 다녀가고 칠성시장을 찾아 악수하고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지만 그때 뿐이다. 한번이라도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다면 대구의 현재 수준이 이럴 순 없다.
 
지도부가 남은 공천에 집중력을 발휘하고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불러 일으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구갑과 북구갑, 달서갑 지역이라도 제대로 준비된 인물들이 등용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또다시 뻔한 결과를 내놓고 밀어달라고 한다면 시민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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