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구에 위치한 김포시의 독도 모습. 군사시설은 모자이크 처리. 김포시 제공경기 김포지역을 휘감아 흐르는 한강 하류에는 외딴섬이 하나 있다.
인근 일산대교에서 쉽게 내려다 볼 수 있는 무인도로, 얼핏 두 개 섬이 이어진 것처럼 보여 '형제섬'이라 불렸다.
하지만 진짜 이름은 따로 있었다. 조선시대를 거슬러 올라 찾은 섬의 고유 명칭은 '독도(獨島)'. 동해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독도와 한자까지 똑같다.
수백 년간 사실상 무명으로 방치돼 온 섬이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5일 김포시에 따르면 최근 김포시 지명위원회는 걸포동에 위치한 한강 하류 내 무인도의 공식 명칭을 '독도'로 지정하기로 했다.
민선 8기 들어 시가 천년 역사를 지닌 김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의 토지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해 해당 섬에 행정지번을 부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섬이 김포 땅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뒤 역사성을 갖춘 지명을 붙이는 작업이다.
지난해 8월 김포시는 해당 섬을 직접 방문해 초소로 추정되는 건축물에 '걸포동 423-19'라는 행정지번을 표시했다. 김포시 제공지난해 8월 시는 무인도를 직접 현장 점검하고, 초소로 추정되는 시설물에 '김포시 걸포동 423-19'라는 행정지번 표지판을 설치했다.
이어 시는 행정명칭을 독도로 공식화하기 위해 한강하천기본계획 변경 시 이같은 행정명칭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정식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시는 섬의 명칭 부여를 위한 근거로 고지도를 제시했다. 조선시대 '전국 8도 군현지' 등 여러 고지도에 이 섬이 김포군 소속의 독도로 표시돼 있다는 것.
1910년 발간된 금릉군지의 김포 8경에도 '독도의 갈꽃(갈대꽃)'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일대는 1920년대 중반 대홍수를 겪기 전까지 고양군을 잇는 나루터와 40세대 가량의 민가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주민들이 떠나고 6·25 한국전쟁을 거쳐 국방부 관할의 무인도가 되면서, 섬의 역사성과 이름마저 상실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유실 지뢰 위험으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그간 포털사이트 등에 기존 형제섬 대신 독도 표시를 요청해 온 시는 경기도 지명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지명 고시 등을 통해, 섬의 공식 명칭을 독도로 확정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조선시대 고지도에서 '독도'로 불리던 형제섬의 현재 위치와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독도로 지명 표시가 바뀐 모습. 김포시 제공 사진(왼쪽) 및 다음(DAUM) 지도 캡처이른바 '김포 독도'는 문화·관광 관련 스토리텔링 등을 거쳐 시에서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한강·서해안을 연계한 관광산업 활성화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앞서 시는 조직개편에서 해양수산정책 추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해양하천과'를 신설했다. 하천·강·바다 업무를 통합해 '환황해 글로벌 경제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취지다.
시와 정부·여당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김포를 중심으로 한 물길을 따라 대규모 관광벨트가 구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고유의 이름을 되찾음으로써 오랜 세월 잊혀졌던 섬의 존재와 의미를 재확인하게 됐다"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아이디어들이 모아지면 섬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들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