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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2주년 됐지만…美, 대선 겹쳐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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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만 2년이 됐지만, 러시아를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전황을 반전시키겠다는 미국의 노력은 그다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과 러시아 반체제 인사 나발니의 죽음을 계기로 기존 제재에 더해 지난 23일(현지시간) 주요 금융 기관, 정부 관료, 기업 임원, 해운 회사 및 제조업체를 표적으로 삼은 600개의 추가 제재를 내놓았다.
 
벌써부터 기존 제재의 허점을 재정비한 '상징적인 제재'여서 현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전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은 최근 자국 동남부 요충지 아우디이우카에서 러시아 군과 몇 달간의 격전 끝에 결국 퇴각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올 11월 치러져 미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국내정치에 쏠릴 수 밖에 없는데다 민주·공화 양당의 셈법이 달라 우크라이나 지원도 예전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보란 듯 북한·이란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탄도미사일·드론 등을 공급받고 있어 미국의 헤게모니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사상 최대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러시아, 빠른 회복력 보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전쟁이 난다면 러시아는 지금껏 경험한 적이 없는 경제적 제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사전 경고했다.
 
그럼에도 전쟁은 시작됐고, 미국은 공언한 대로 러시아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초기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이 들어맞는 듯 했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고 러시아의 은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이 러시아로의 상품 수출을 끊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는 석유·천연 가스 등 에너지 수출과 중국 등과의 긴밀한 무역 등으로 예상보다 더 빠른 회복력을 보여줬다.
 
러시아 경제는 예상과는 달리 전쟁 수행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지난해 미국보다 높은 3%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와 군사력에 큰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푸틴의 마음을 돌리고 전쟁을 끝내기에는 충분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주년과 나빌니의 사망을 계기로 대규모 추가 제재 조치를 내놓았다.
 
러시아 무기 생산과 군사 물자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600개 목표물에 대한 동시다발적 제재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산업 단지와 러시아의 물품 접근을 돕는 제3국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최대 규모라고 강조하면서 푸틴의 전쟁 의지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지만, 이번 제재 조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러시아의 경제는 석유·천연가스 수출로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없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번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가 상한제'를 더 강화하기로 하고 제재 대상에 러시아 최대 국영 해운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를 올리면서 러시아 원유 수출을 최대한 옥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러시아의 석유수출을 과도하게 막을 경우 세계 유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될 경우 올 가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악재가 된다는 것이 '딜레마'이다.
 
앞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의 '유가 상한제'를 실시했지만, 러시아는 서방세계 말고도 중국·인도 등 여전히 수요처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인도가 비교적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구입해 러시아에게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우크라지원 필요성 강조하는 연설. 연합뉴스바이든, 우크라지원 필요성 강조하는 연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금'도 발목 잡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미 의회는 행정부의 요구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1,100억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승인해줬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러시아를 압박할 가장 확실한 수단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대규모 지원이지만, 공화·민주당 간 갈등 속에 연일 미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143억 달러)·우크라이나(614억 달러) 군사지원과 대만 등 인도·태평양 국가 지원, 남부 국경관리 강화 등을 한데 묶은 10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낸 바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법안은 이민과 국경에 대해 민주당이 해온 끔찍한 일에 면죄부를 주고, 공화당에게는 대신 책임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안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국경 문제'가 흐릿해지면서, 바이든 정부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켜 발목을 잡으려던 전략이 퇴색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여론조사가 얘기해주듯이 미국인들 사이에 '우크라이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대선을 앞둔 양당의 다른 셈법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
 
문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유럽과 기타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도 유보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나토 분담금' 발언, 유럽에는 '공포'…러시아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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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자신이 과거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고 발언한 사실을 공개했다.
 
옛 일화 등을 소개하며 자화자찬식으로 한 말이지만 나토의 집단안보체제까지 부정한데다 그가 현재 유력 대선 주자라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았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을 감안하면, 트럼프 재집권시 '친(親)푸틴 기조'를 이어나갈 공산이 크고 이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체 안보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은 적국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애치슨 라인' 발표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준 것과 유사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그동안 중립을 유지했던 핀란드·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서둘렀던 이유도 바로 집단안보체제 때문이었는데 트럼프의 발언은 이에 대한 신뢰를 흔든 셈이 됐다.
 
미 대선이 다가오고 있고 이에 따른 정쟁도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만 2년이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뚜렷한 방향타 없이 지난한 싸움과 인명 피해만을 낳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책임을 언급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속한 평화회담이 필요하고, 미국의 무기 지원이 전쟁을 촉진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어쩌면 3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수도 있다.
 
유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미국 주도의 결의안은, 강제로 어느 한쪽 편을 들기를 꺼리는 국가들 사이에서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도 맞물린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열리는 대선에서 5선에 성공해 오는 2036년까지 임기를 연장한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주도 선거구로 포함시켰다.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은 현재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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