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 쿠바전 선발 투수 류현진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 쿠바전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린 경기였다.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해 8⅓이닝을 책임지며 2실점으로 쿠바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에 힘입어 대표팀은 '9전 전승'으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의 굴욕의 순간을 시작으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국가대표 경력은 시작됐다. 이후 약 4년간 꾸준히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에이스' 역할을 다해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성과도 냈다.
이후 가슴에 태극기를 단 류현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류현진은 다시 한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류현진은 지난 2012시즌을 마지막으로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시스템을 통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로 향했다. 류현진이 빅 리그에 진출한 첫 해 2013 WBC가 열렸다. 그러나 류현진은 LA 다저스 스프링 캠프 참가를 위해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국제 대회는 꾸준하게 열렸다. 그러나 류현진의 모습은 한 차례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15년과 2019년에 열린 프리미어12는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2017년과 2023년 열린 WBC엔 부상 재활 탓에 출전할 수 없었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류현진의 대표팀 경력은 그렇게 끝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능성이 생겼다. 류현진이 11년 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국내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 대표팀에 대한 열의도 가득하다.
류현진은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표팀에 대한 견해를 묻자 "선수로서는 당연하다 생각한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어 "뽑아주실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대표팀에 가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경기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몸 상태도 좋다고 한다. 류현진은 재작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고 약 14개월의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 복귀했다. 이후 꾸준히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지난 시즌을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이라는 무난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몸 상태엔 이상이 없다. 지난해 복귀 이후 경기도 치렀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선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투구수로 봤을 땐 괜찮은 상황인 것 같다. 이 시기에 65구를 던진 건 생각보다 더 많이 던진 것일 수도 있다"며 "건강만 하기만 하다면 이닝 등은 충분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15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과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어두운 표정의 선수들.
류현진이 없는 동안 대표팀은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가장 큰 관심이 몰리는 WBC에선 2013, 2017, 2023년 대회 모두 1라운드에서 짐을 싸야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야구 종목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야구는 '노 메달' 수모를 겪어야 했다. 얻어낸 성과는 2015년과 2017년 프리미어 12 우승, 준우승 정도가 전부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야구 대표팀에겐 굵직한 결과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빨리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대회는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 12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3일 "대표팀 감독으로 류중일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류현진과 류 감독은 대표팀에서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선수와 코치로 만나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류현진이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류현진이 올해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2010년 이후 14년 만에 가슴에 태극기를 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