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AI(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위해 글로벌 시장이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앞세운 경쟁 국면에 돌입한 모양새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한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투자' 만으로 독점 구조를 깨기 어렵기 때문에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300조·133조…AI 반도체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알트만 대표. 황진환 기자26일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에서 투자 경쟁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CEO(최고경영자) 샘 알트만이 꼽힌다.
알트만은 오픈AI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특히 팹(Fab·반도체 공장) 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한 투자 유치를 위해 글로벌 행보에 나섰는데, 투자 모집 규모만 7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경 원에 육박한 약 9300조 원 수준이다.
특히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픈AI가 공개한 AI '소라(Sora)'가 투자유치를 위한 '쇼케이스'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소라의 성능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뛰어나,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유치 목표가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도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대규모 펀드 조성에 나섰다. 이른바 '이자나기(Izanagi)' 프로젝트로 1천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투자를 목표로 한다. 이자나기는 일본을 창조한 신화 속 신의 이름이다.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설계 IP(지식재산) 기업인 'Arm'을 보유하고 있다. Arm의 설계 IP는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사용해 '팹리스의 팹리스'라고 불린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알트만의 프로젝트에도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탈(脫)엔비디아'를 위해 힘쓰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서버용 반도체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기반으로 만들지만, 글로벌 빅테크는 그 의존도를 낮추고 AGI(범용 인공지능)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오픈AI의 최대주주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인 '마이아100'을 공개했다. 인텔이 최근 1.8나노(㎚·1나노=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의 양산을 공식화하며 첫 고객이 MS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인텔이 MS의 마이아를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가우디3'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이미 자체 제작한 AI 반도체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를 사용 중인 구글은 지난해 말 차세대 모델인 'TPUv5p'를 소개하고 거대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Gemini)'에 적용했다.
메타 역시 자체 개발한 1세대 AI 반도체 'MTIA'에 이어 내부적으로 '아르테미스(Artemis)'라는 이름을 2세대를 발표했다. 메타는 이 반도체와 엔비디아의 제품을 올해 안에 데이터센터에 탑재할 계획이다. 앞서 AMD도 지난해 AI용 반도체 'MI300'를 출시하며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도 개발 착수…'턴키' 생산 능력에 빅테크 협력 확대 전망
황진환 기자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전용 반도체 개발을 위한 연구조직인 'AGI 컴퓨팅랩'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구글의 TPU 개발자 출신인 우동혁 박사가 맡는다.
특히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물론 메모리 반도체와 패키징(후공정)까지 '턴키(Turn-key·일괄체제)' 방식으로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가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Arm의 설계 자산을 2나노 및 3나노의 최선단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에서 협력 강화를 밝혔다"면서 "향후 삼성전자와 AI 동맹을 원하는 글로벌 빅테크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만으로 AI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산업전문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제조는 축적된 기술이 필요하고 최근 전문 인력 부족 현상도 빚어지고 있어 투자만으로 반도체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2010년대 중국이 많은 투자를 했지만, 현재도 제대로 된 생산을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