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산지역을 포함한 전국 전공의가 파업한 가운데 부산대학교 병원이 환자로 붐비는 모습. 정혜린 기자전공의 파업으로 부산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집단 업무 중단을 두고 환자를 외면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남은 의료진들의 업무 과중과 의료사고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면서 보건의료노조는 파업 저지를 위한 촛불운동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 이틀째인 21일 오후 부산대병원은 진료나 접수, 수납 등을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접수를 마친 한 환자는 앉을 의자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멀리 떨어진 빈 의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병원을 찾은 황영순(50·여)씨는 "접수할 때부터 교수님이 혼자 보시니까 진료 봐야할 환자가 많아서 시간이 많이 지연될 수 있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며 "평소에 비해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분위기도 조금 어수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하면서 부산지역 주요 병원에서도 갑작스럽게 입원이 취소되거나 퇴원 통보를 받는가 하면 수개월 전 예약한 진료나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환자들의 의료 불편이 본격화하면서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부산대병원 노조의 파업 당시 의사들이 써 붙인 대자보가 재조명 받으며 비판에 부채질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부산대병원에 파업을 벌이는 간호사 등 의료진의 복귀를 촉구하는 교수협의회의 대자보가 붙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부산대병원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원내 대자보를 붙이며 간호사의 복귀를 촉구했다.
당시 대자보에는 "수많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계신다"며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부탁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에 상황이 뒤바뀐 현재 시점에서 의사들이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또한 지난 18일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행위"라며 "아무런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고 규탄에 나섰다.
전공의 업무 이탈로 의사 업무가 간호사 등 다른 직군 의료진에 떠넘겨지고 있어, 의료사고 위험과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 가중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산대병원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작성한 대국민 호소문이 붙은 모습. 정혜린 기자실제로 부산지역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 A씨는 전공의들의 부재로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떠넘겨지는 상황이 이미 발생했다고 호소한다.
A씨는 "전공의들이 없으면 의사 업무는 교수님이 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드레싱이나 관 교체 등 소소한 업무까지 직접 하진 않는다"며 "의사들이 안 하면 누가 하겠냐. 결국은 간호사들에게 일이 넘어오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응급 상황에 바로 부를 수 있는 전공의가 병원에 없다보니 환자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할지가 가장 걱정이 크다"며 "또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세부 진료를 보던 전공의의 업무를 강의와 외래까지 맡는 교수들이 모두 대체할 수 없어 공백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의사들에 집단행동에 맞설 움직임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역본부 또한 촛불운동 등 파업 저지 활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