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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 근거 '의료법 59조'…기본권 침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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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속수사" 연일 강경 대응 기조
근거는 의료법 59조…과거 유죄 판결 나오기도
일각에선 기본권 침해 논란…"전공의는 근로자"
반면 "생명권이 최우선"…4년 전 헌법소원 각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6천명이 넘는 수련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사직했지만 21일 현재 수리된 사직서는 없다. 정부는 출근하지 않은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는 면허가 정지될 수 있고 수사·재판을 거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이미 검경은 체포·구속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가 이어지자 의사 단체들도 변호인단을 선임하는 등 법률 대응 태세를 갖췄다. 일각에선 과거 집단 휴진 때마다 불거진 기본권 침해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법 59조, 정부의 '의사파업 강경 대응' 근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우선 정부가 '병원 밖에서 의사 가운을 입지 말라'는 신호를 연일 보내며 강경 기조를 유지할 근거는 의료법 제59조다. 의료법 59조 1항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병원 및 의사에게 지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한다. 2항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 휴·폐업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법 제10조가 규정한 인간 존엄과 가치인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사업자(병원)의 자율권과 근로자(의사)의 단결권 일부를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장치다. 정부는 과거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사태까지 총 세 차례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형사처벌 사례도 있다. 검찰은 2000년 7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김재정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총 9명을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1·2심에서 유죄를 받고 대법원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2020년엔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했다.

尹정부, 구속수사까지 언급… 의료계 법률 대응 준비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과거보다 '더 강하고 폭넓게' 의사 집단행동에 대응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날 의협 수뇌부 2명에 대해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정부는 "기계적으로 법 집행", "환자 사망 시 법정 최고형" 등 날이 선 언어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수사당국도 초강경 대응 기조다. 법무부와 검찰, 경찰이 한 목소리로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를 복지부가 고발하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의사 단체들은 연달아 변호인단을 선임하는 등 정부에 맞서 법률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는 "부당한 고발을 대비해 변호인단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의협도 지난 17일 "사직 예정인 전공의들의 법률 상담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는 근로자여서 기본권 침해" 주장… 헌재는 각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의료법 59조가 정부의 '잘 드는 칼'이라면 송달 회피는 의료계의 방검복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당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제대로 송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 무죄를 받은 선례가 있어서다. 일부 전공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업무개시명령 대처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모르는 번호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송달'을 피하라는 취지다. 복지부는 송달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문자와 우편, 수련부장 통보 등 3가지 방식으로 명령을 전달했고 관련 법률 검토도 이미 마쳤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의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선 나온다.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대표변호사는 2020년 10월 '의료관계법상 업무개시명령의 현황과 문제점' 토론회에서 "개인사업자인 의사와 달리 수련병원 전공의는 근로자성을 갖는다"며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단결권·단체행동권을 누릴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형사고발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헌법에 보장된 사직의 자유까지 박탈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0년 한 전공의가 낸 헌법소원을 각하한 바 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자체는 일종의 '계획'이며 그 자체로 '공권력 행사'로 보기 어려워 위헌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한 의료 전문 변호사는 "법을 떠나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에 있겠나. 헌법상 권리가 아무리 중요해도 생명권을 넘어설 수는 없다"며 "위헌 심판을 하더라도 헌재가 의사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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