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잦은 말실수' 등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대통령직 승계 1순위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초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대한 우려를 감안한다면, 부통령으로서도 유권자들에게 준비가 돼 있다는 믿음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같은 질문·대답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특검 보고서가 나온 지난 8일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투'에서 이번 대선 선거운동의 우선순위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8일 나온 특검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 혐의에 대해서 불기소하겠다는 입장을 담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가 없는 노인'(well-meaning, elderly man with a poor memory)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은 당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특검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말하면서 '고령 리스크'를 더 키운 셈이 됐다.
이에따라 해리스 부통령의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은 '대통령직 승계'에 대한 언급이라기보다는,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응한 성격이 커 보인다.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부통령이라는 기대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는 것에 대한 발언인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에어포스 투'에서 기자들에게 "나와 업무를 같이 해본 사람들은 모두가 내 리더십을 완전히 인식하고 떠난다"고도 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러닝메이트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충분히 의식한 듯 해리스 부통령도 최근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제기한 특검보고서에 대해서도 "정치적 동기가 있다"며 로버트 허 특검을 즉각 비판했다.
낙태권 보호 문제와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관련 집회에 참석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백악관 내 총기 관련 전담팀인 '총기 폭력 예방국'의 책임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전면에 나설수록 공화당의 공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수면 아래서 진행되던 '대통령직 승계 문제'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해리스의 자질 문제 등도 충분히 거론될 수 있다.
과거 민주당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제니터 팔미에리는 WSJ에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부통령 후보에 대한 조사와 압박은 항상 있는 것"이라며 "특검의 보고서가 그 순간을 좀 더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스콧 제닝스는 "대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해리스 부통령의 문제가 더 부각될 것"이라며 "해리스가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