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지역의 자치단체장으로 나가면 그 지역 토호들과 술·밥 먹고 관계를 맺는 것이 일이지만 난 그런 거 안합니다. 기업 하는 사람들도 만나지 않아요. 그들은 그네들 일을 하고 나는 내 일을 하는거죠"
의원 시절부터 홍 시장과 인연을 이어온 기자는 지난주 대구시 산격동청사로 찾아가 면담 중 대선주자로 당대표로 살아온 이력을 언급하며 '대구생활이 조금은 무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사람들 만나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니 당시 내색은 않았지만 적이 놀랐다. 지역민들과 소통이 누구보다 중요한 위치인 대구시장직을 수행하며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니 그럼 '소통은 어떻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물론 홍 시장이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중'이란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지자체장이라고 의무적으로 시도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하는 건 아니지만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의 뜻을 헤아리고 정책에 반영하는 건 단체장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곁에서 보고 조력하는 공무원들을 만나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대구시의 중간 간부공무원을 접촉했다. 이유는 시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시장의 지시를 통해 근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위치이지만 시장과 면대면으로 업무지시를 받는 위치가 아니어서 시장에 대한 바이어스가 비교적 덜할 것이란 판단 때문.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홍시장 체제의 대구시는 철저히 '시장-실국장 라인'에서 모든 정책이 조율,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과장급(4급) 이하에서는 시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하다. 조금은 객관적 시각으로 시장이 추진하는 시책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다.
오랜 숙원사업인 군공항(K2) 이전과 후적지 개발을 담당하는 A간부는 최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리더십(그립)이 유달리 강하지만 정책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목표가 분명하면 정책을 추진하는 실무선에선 흔들리지 않고 일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홍 시장의 리더십이 어떠냐는 질문의 답이다. 그는 "외부의 바람에 (정책추진이)안 흔들리도록 하는 부분이 특히 좋다. 주위의 다수 직원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트롱맨'으로 알려진 홍준표 시장의 캐릭터 때문에 소속 공무원들에게서 좋은 평이 나올까란 생각도 있었지만 그들의 현실인식은 조금 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사례를 들어달라는 요청에 2022년 7월 시장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추진한 시설공단과 환경공단을 공공시설관리공단으로 통폐합한 것과 콘서트하우스와 문예회관 등 문화예술기관단체를 문예진흥원으로 묶는 조직개편을 꼽았다. A간부는 "공단 통합건은 내부 기득권과 지역내 일부 기득권세력의 반대 속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지만 그해 10월까지 3개월만에 이뤄낸 걸 보고 외풍과 기득권의 반대가 충분히 커버된다는 걸 봤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의사결정이 빠른 것도 너무 편하고 좋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토호들을 만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사실 대구시는 여러대에 걸쳐 추진되지 않은채 지지부진한 숙원사업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고 한다. K2 이전, 방만한 공기관 난립, 도축장-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시청사 신축,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등이 그것들이다. 그런데 홍시장 재임 1년 7개월째인 2024년 2월 현재 언급된 사업 모두가 사업추진의 큰 줄기가 잡혀 불확실성이 사라진 상태로 확인되고 있다. 예외없이 이해당사자 내지는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연걸리 듯 얽혀 있어 해결이 간단치 않은 것이었다. '토호들을 만나지 않습니다'란 표현은 어쩌면 기득권과 외압을 돌파하기 위해선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어요 라는 표현의 '홍준표 버전'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모두가 같은 생각일까? 6급 이하 공무원 B씨를 수소문해 어렵사리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시 정책을 다루는 정책부서에 근무중이다.
그는 "정책 의견수렴을 하다 보면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 못한 것들을 해결한 게 많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청취가 조금 부족할 순 있어도 추진력은 높다"며 "대형마트 휴무의 평일전환과 축산물도매시장 이전사업을 예로 언급했다. 이 직원은 도축장과 관련해 "대구 업자들이 도축한다기 보다는 경북업자가 도축해 다시 경북으로 가져간다. 시에 이득이 없지만 업자가 강성이고 해서 못없애고 있었다. 시에서는 악취가 나는 등 득될게 없는 부분이 컸다"고 지적했다. 강한 추진력에 대한 평가다.
연합뉴스
좋은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본인의 추진력이 남다르니까 빠른 피드백을 요구하고 이런 부분에서 공직자들이 압박을 많이 받는다. 특히 시장과 늘 접촉하는 국장님들의 부담이 커진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 응한 2030 공무원 C씨는 시장의 이미지에 대해 "청년의 한명으로 봤을 때 추진력 강한 올곧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SNS소통방식도 이전에 지자체장들이 한 전례가 없는 걸로 아는데 소통창구로써 괜찮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국장 중심체제로 시정이 추진되다 보니 시청 소속 직원들과는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러나 대외적 소통은 이전보다 낫다"고 말했다.
시차를 두고 5명의 높고 낮은 시청 공무원들을 인터뷰했다. 모두가 같은 의견인 건 아니었다. 50대인 고참 공무원 D씨는 "시장님의 언행이 중앙언론의 집중을 받는게 목적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시청 내부적으로는 시정의 큰흐름에 안맞는 간부들은 인사조치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만 더 많아도 직원들이 답답해하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직자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추진력 강하고 초기 성과도 낸 시장이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의 얘기를 좀더 들어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체적 분위기에 초기 정책추진의 성과까지 더해져 홍준표 시장의 경쟁력은 일단 대구시민으로부터 일정한 점수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시가 지난달말(16~24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시민 1000명에게 물었더니 59.9%가 '시정 운영을 잘 하고 있다', 37%는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긍정 평가가 소폭 올랐다.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은 신천 수변공원화, 투자 유치, 청렴도평가 1위, 어르신 버스 무임승차 등이다. 안팎의 긍정평가에 기반해 민선8기 후반 대구시의 변화도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