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닻 올린 츠베덴 호…임윤찬, 절제된 연주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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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26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
피아니스트 임윤찬, 베토벤 교향곡 제5번 '황제' 협연

압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협연하는 임윤찬. 서울시향 제공 압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협연하는 임윤찬. 서울시향 제공 검정색 연미복에 하얀색 나비넥타이 차림의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무대에 등장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피켓팅을 뚫고 발매 45초 만에 매진된 공연 티켓을 거머쥔 관객들은 연주 내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다. "브라보!"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다섯 차례 커튼콜이 이어지는 동안 박수가 그칠 줄 몰랐다. 임윤찬은 무대에서 물러났지만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압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가 열렸다. 서울시향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임윤찬이 협연한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022년 그가 광주시향과 발매한 실황음반 '베토벤·윤이상·바버'(홍석원 지휘)로 친숙한 곡이다.

임윤찬은 '황제'에 대해 "베토벤이 꿈꿨던 유토피아 혹은 베토벤이 바라본 우주 같다"고 했다. 그 사이, 임윤찬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우주는 한층 깊어졌다. 2022년 벤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전 세계 공연장의 협연·리사이틀 무대에 서며 성장한 듯했다.  

서울시향 젝ㅇ 서울시향 제공 이날 임윤찬은 특유의 폭발적인 질주 대신 청아한 음색의 절제된 연주가 돋보였다. 화려한 테크닉으로 독주자의 기량을 뽐내기보다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에 보조를 맞추려고 했다. 중간 중간 협연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지휘자 츠베덴과 눈을 맞추며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악장의 독주는 리드미컬하면서 영롱했다. 가슴에 스며들 듯 차분한 2악장을 지나 3악장은 갑자기 성난 파도가 밀려드는 것처럼 에너지가 느껴졌다.

앙코르 곡은 오페라 '노르마' 중 '청결한 여신이여' 쇼팽 편곡 버전을 선보였다. '황제'의 짙은 여운을 느끼기에 손색없었다. 연주를 마치고 꾸벅 인사한 뒤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임윤찬은 어느새 훌쩍 큰 느낌이었다.

2부를 장식한 곡은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이다. 앞서 츠베덴은 서울시향에서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는 5년간 말러 교향곡 전곡(교향곡 9개+미완성 작품 1개)을 녹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1990년 그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이었을 당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다.

'츠베덴 호'의 출항을 알린 곡 '거인'은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가 어우러져 풍성한 사운드를 내뿜었다. 특히 숲 속 정령들 대화를 묘사한 듯 활기찬 1악장과 동요·장송곡의 부조화가 야릇한 3악장의 불편한 동거가 인상적이었다. "카멜레온 같은 오케스트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츠베덴의 서울시향이 기대되는 이유다.압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역동적인 지휘 모습. 서울시향 제공 압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역동적인 지휘 모습. 서울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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