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인구 소멸이라는 국가 위기 앞에서 여야는 따로 없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 18일 일제히 총선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출산 시 남성에게 1개월의 유급 휴가인 '아빠 휴가'를 의무화하고, 남성도 임신 중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육아 휴직 급여 상한을 월 150만원에서 최대 210만원으로 올리고,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1년에 최대 5일 자녀 돌봄 휴가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저출생 문제는 국가 소멸 위기까지 언급될 미래의 문제지만 청년과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삶에 대한 현재의 문제"라며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국가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앞서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 대출 공약을 내세웠다. 첫 자녀 출생 시 무이자로, 둘째는 원금을 50% 깎아주고,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탕감해주는 내용이다.
또 둘째 자녀를 낳으면 24평 주택을, 셋째 자녀를 낳은 가구에는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파트도 지원한다.
이 대표는 "저출산 원인 중 가장 큰 건 자산과 소득 불평등 문제"라며 "신혼부부의 기초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겠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나 vs 아기, 선택은 나 자신…출산·육아 고를 수 있는 정책 아직 부족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윤창원 기자여야 모두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신혼부부, 청년들에게 여전히 출산은 고르기 망설여지는 선택지다.
결혼 2년차 신혼이자 맞벌이 부부인 정모(37)씨는 "주변의 딩크인 친구들은 아이를 낳는 행복과 내가 경제적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에 '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육아와 출산의 힘듦 자체를 못 견디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여당과 야당의 공약은 출산을 계획중인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결혼 계획이 없거나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정씨의 말처럼, 비혼 또는 딩크족이 출산과 육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면 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하는데, 현 정책들은 기존의 정책을 보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와 수도권에 쏠려 있는 일자리, 그리고 청년들의 경쟁 문제"라며 "아동수당 같은 지원책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 때문에 출산율이 확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전 의원. 황진환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이 제시한 이른바 '헝가리 모델'이 훨씬 더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유 교수는 "여야 공약 모두 한 발짝 나가긴 했지만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리로 2억을 지원해 주고 출산할 때마다 6천만원을 탕감해주는 나 전 의원의 헝가리식 공약이 훨씬 더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 역시 "결혼할까, 말까 망설이는 청년들에게 (민주당의) 1억 대출은 약간의 유인은 될 수 있지만 출산을 결심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어 무성의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공통으로 내건 인구위기를 대응하는 부처 신설에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조직 형태를 두고 '올인원' 방식의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림 센터장은 "정부는 정책으로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할 정도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차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 육아와 교육, 주거가 포함된 사업을 한 부처가 다 감당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