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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김여정의 말…알 듯 말 듯 칭찬인 듯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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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지속적 핵사용 위협으로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영토평정 위협하면서도 유보조건 붙여…취약성의 반증
南 내부 갈라치고 위협하는 최고지도부…4월 총선 의식

북한 김정은, 중요군수공장 시찰.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중요군수공장 시찰. 연합뉴스
#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하겠습니다."(김정은 연말전원회의 보고)
 
#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다. (김정은 8·9일 중요군수공장 방문 발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남북을 민족이나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2국가, 교전 중인 2국가'로 규정한 뒤 '남한영토 평정'과 '대한민국 초토화'와 같은 선 넘는 위협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눈길 끄는 것은 이런 발언에는 하나같이 유보적인 조건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만일의 경우',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국가를 위협하려 든다면' 등과 같은 말이다.
 
대남 위협의 강도를 극도로 끌어올리면서도 유보적인 조건을 붙어 뜻을 모호하게 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한미는 여러 차례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 종말이라는 경고를 발신한 바 있다. 핵을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는 구조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 서로 망하는 길이기 때문에 전면전 가능성은 없다.
 
전면전 가능성이 없는데도 김 위원장이 핵사용 및 영토평정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핵보유국임을 대외에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핵사용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누적시켜 핵보유국의 지위를 비공식적이라도 각인시키려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선을 넘는 발언이 오히려 취약성의 반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은 "김정은은 남한 영토 평정과 핵사용 위협을 하면서 유보조건을 붙이고, 또 여러 이유를 대내외에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레드라인만 설정하는 다른 국가들의 핵 강압 사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것"이라며, "구구절절한 설명은 자신들의 처지를 불리하게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TV, 인민군 기만작전 동영상 공개. 연합뉴스북한TV, 인민군 기만작전 동영상 공개. 연합뉴스
#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김정은 연말전원회의 보고)
 
# "문재인.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였다…우리와 마주앉아 특유의 어룰한 어투로 《한피줄》이요,《평화》요,《공동번영》이요 하면서 살점이라도 베여줄듯 간을 녹여내는 그 솜씨가 여간이 아니였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였다."(김여정 2일 발표 담화)

 
먼저 김 위원장이 남한의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을 모두 비난한 대목이다. 양측이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했으니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양측을 싸잡아 비난하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구분 짓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의 탈'을 썼다는 것은 보수도 아니라는 뜻이다. 북한이 현 정부에 대해 늘 말하는 '역적 패당'과 통하는 말로 보인다. 반면 진보정권에 대해서는 '민주를 표방한다'는 비교적 중립적인 표현을 썼다.
 
김여정 부부장의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비난했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김여정이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 대목은 분명히 비꼬는 맥락이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현 대통령에 비해 긍정 평가하는 면도 내포한다.

북한의 최고지도부가 이처럼 남한영토 평정 등 위협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또 남한 내부의 진보와 보수를 향해 갈라치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한 마당에 북한은 남한사회가 내부분열을 하면 할수록 힘이 빠지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위협발언에 대해 "4월 총선을 계기로 우리 사회 내 안보 불안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림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조성을 예고하는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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