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월성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는 9일 감사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 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 산업부 국장 A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료 530건을 직접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차원이었으며 삭제된 자료 상당수가 최종본이 아닌 중간 단계의 파일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감사원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이를 부인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간 단계의 파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감사를 위해서는 원전 조기폐쇄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을 순서에 따라 살펴봐야만 할 수 있고 중간본·수정본 또한 필요한 자료라는 것을 예상했을 것이라고 1심 재판부는 지적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고의적으로 이뤄진 감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짚으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씨와 C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지난 2020년 10월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의 이유인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창원 기자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삭제된 파일이 공용전자기록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파일들은 산업부 내 문서관리시스템과 공용디스크, 다른 직원들 컴퓨터에도 저장돼있었고 C씨가 문건을 삭제해 산업부에서 사용하는 공용전자기록을 해하는 결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감사 방해로 인한 감사원법 위반죄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우려가 있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며 적법 절차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구두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등은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고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당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감사원은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에 대한 개입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실질적인 감사는 C씨가 자료를 삭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뤄질 수 있었다"며 "만약 처음부터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했다면 감사는 훨씬 짧은 기간 내 감사 목적을 달성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C씨가 삭제한 파일 중 일부는 산업부 내에 동일한 전자기록으로 존재했다"며 "이 사건 파일 삭제로 감사가 지연됐는지는 의문이며 오히려 전문성 부족 등 감사원 내부적인 사정으로 지연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해임 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