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박종민 기자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그룹이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 떠밀려 기존 자구안 이행과 추가 자구안 마련에 나선 가운데 자구안에 담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기업 정상화에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대주주 일가의 대규모 개인재산 출연이 전제됐다는 점에서 태영그룹 대주주 일가가 어느 정도 뼈를 깎는 모습을 보일지가 워크아웃 개시 및 졸업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신청시 제출한 4가지 자구계획에 대한 이행 약속과 함께 추가 자구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제출된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전액(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다.
정부는 이 외에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추가 자구안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 연합뉴스이에 업계에서는 최근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 등 태영그룹 대주주 일가의 사채 출연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윤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현재까지 출연한 사재는 총 484억원이지만 태영그룹 측이 채권단에 밝힌 자구안과 중복되는 금액 등을 빼면 실제로는 68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전례를 감안해 최소한 수백억원대의 사재출연 요구가 나온다.
워크아웃시 대주주 일가에 사재 출연 요구가 나오는 것은 회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이들이 기업 구조 개선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앞서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를 성공적으로 졸업한 건설사들 전례를 봐도 어김없이 창업주 등 대주주 일가가 사재출연 등으로 기업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00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을때 고(故) 정주영 명혜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은 3700억원대 사재를 출연했다.
2008년 건설사가 줄줄이 문을 닫을 당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자력으로 졸업한 동문건설도 창업자의 사재가 워크아웃 졸업의 핵심 열쇠가 됐다. 고 경재용 회장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개인재산 478억원을 출연했고 2019년 워크아웃을 졸업할때까지 사재는 870억원을 쏟아부었다. 당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신일건업·우림건설 등도 대주주가 수십억~수백억원대의 사재를 출연했다.
2012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워크아웃때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 일가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마련한 2200억원의 자금을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당시 박 회장은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유사시 경영권 포기 각서까지 쓴 뒤에야 워크아웃이 개시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윤 회장 일가가 보유한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고, 태영그룹은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이르면 이날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채권단은 오는 11일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개시된다. 워크아웃 개시에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간다.